실제 농민들 계란 공짜로 나눠주고 공급 안정화 노력에도 대형마트는 ‘나몰라라’

(사진=픽사베이)

[소비자경제=장은주 기자] # 어느날 사자와 당나귀, 여우가 함께 사냥을 나갔는데, 당나귀와 여우가 먹이를 유인하고 숨어있던 사자가 나타나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에 성공했다. 먹잇감을 두고서 사자가 당나귀에게 물었다. “어떻게 나눠 먹으면 좋을까?” 당나귀는 3등분하자고 했다가 사자에게 죽임을 당했고, 이를 지켜 본 여우는 “뒷다리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라이온스 셰어’ 이야기다.  그런데 이 용어는 기업의 이미지가 매출과 직결될 때에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고객과 잘 관계를 유지하다가, 정작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는 모든 책임을 고객의 부담으로 떠넘기는 상황에 비유되기도 한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농민들이 산지에서 출하하는 계란의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대란 1개 가격은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18일 147원→22일 127원→25일 117원→30일 105원으로 37.9% 하락했다.

계란 1개당 가격이 40원 넘게 떨어진 상황에서 농민들은 계란 한 판당 약 13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팔았다. 하지만 현재 이마트의 알찬란 30구(대란) 소비자가는 5980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측에서도 소비자가격을 내리고 5800원대로 유통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3일부터 전국단위의 계란 나눠주기 행사를 통해 계란 안전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구매처인 대형마트 측에서 현실적인 가격인하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계란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실제 산지 생산 가격과 유통 가격의 차이가 커 현실적인 가격인하 요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형마트 3사 측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요지부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지금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어 마트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물론 이번 파동으로 인해 대형마트도 손해를 봤지만 농민 대다수는 대형마트 측에서 손실을 메꾸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가격을 내려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농민들은 ‘3등분’을 주장했던 당나귀와 같은 신세로 전락했고, 힘을 가진 대형마트는 가격 하락에 대한 책임 없이 실속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마치 이솝우화에 등장한 사자처럼,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모든 것은 닭을 잘못 생산한 농민들의 탓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비자 가격을 형성하고 책임지는 대형마트 3사의 입장은 한결같이 “산지가격과 유통가격에 있어 대형마트가 깊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서 가격 인하 결정을 미루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설마 폭리를 취하려고 일부러 그런것은 절대 아니다”며 “가격 인하 폭이 적다고 비판하지만 롯데마트는 3차례에 걸쳐 가격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산지 가격과 실제 유통가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달라”며 “마트 측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트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산지 가격이 내려갔다고 무조건 농민들이 요구하는 대로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유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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