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 중단, 글로벌 경쟁력 악화 등 위기요인 극복할까?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경영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된 삼성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삼성전자)

[소비자경제=오아름 기자] 법원이 25일 1심 선고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당분간 불가피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항소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2심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심을 거쳐 최종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하더라도 삼성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최소 1년 이상을 총수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 대형 투자· M&A· 신사업 진출 ‘올스톱’ 되나?

삼성 계열사 중에서도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는 패닉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장사업팀을 새롭게 출범,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 자동차∙홈 오디오 분야 전문업체인 하만의 인수를 완료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전장사업에 대한 향후 전략과 방향성 제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에 투입돼야 할 대규모 투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슈퍼호황과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수요 폭발로 관련 사업에 수십조원의 투자가 요구되고 있지만 과감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 부회장 구속 후 6개월 이상 미뤄진 정기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도 불투명하다. 삼성은 매년 12월에 그룹 차원에서 사장단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그룹이 연루되면서 모든 작업이 올스톱된 상태다.

◇ 이 부회장 공백, 한국 경제 리스크?

재계에서는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 때문이다. 

삼성의 부가가치 창출액(2014년 기준)도 68조37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4.7%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위 현대차그룹(2.6%)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삼성전자만 떼어놓고 봐도 부가가치 창출액은 36조원(2015년)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는 수출이 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액(593조원, 2015년 기준)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4%에 이른다.

◇ 글로벌 사업도 '적신호'

이 밖에도 이 부회장이 그간 공들여 온 글로벌 IT업계 리더들과의 사업 교류나 스킨십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사업 전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다보스포럼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엑소르 이사진에서도 물러났다. 또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삼성 계열사들이 실형 선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을 견제하려는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이 거센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라이벌 기업들에게 삼성을 물어뜯기에 더없이 좋은 미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한국 경제계가 입는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있는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반도체), 윤부근 사장(가전), 신종균 사장(모바일)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총수 공백을 메워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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