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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법률 칼럼] 법원과 검찰은 너무 친해서는 안된다

해마루 박재형 변호사

[소비자경제신문 칼럼] 최근 판사가 술자리에서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었습니다. 성추행 피해 검사는 피해 사실을 소속 검찰청에 알렸고, 검찰청이 그 사실을 법원에 통보하였으며, 문제가 알려지자 판사가 피해 검사에게 사과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보도에 미루어 보면, 판사의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소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판사가 성추행을 범했다는 점, 그리고 역시 사회적으로 상당한 힘을 가진 검사가 성추행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슈가 될 만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만 한 점은, 판사와 검사가 한자리에서 회식을 하고 술까지 마셨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판사와 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 모임 같은 사적인 모임에서 만나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해당 재판에 참여하는 검사로서 회식을 하였다는 것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판사와 재판참여 검사가 회식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판사나 검사 모두 나쁜 놈 잡아서 처벌하는 공무원들인데 이들이 모여서 회식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시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회식이 문제라는 것은, 다른 예를 들어보면 쉽게 와 닿습니다.

예컨대, A가 A-1이라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B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B도 B-1이라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甲 판사가 그 사건의 담당판사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甲 판사가 1회 변론기일이 끝나고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A-1 변호사와 함께 회식을 하고 술을 마신다면, B나 B-1의 입장에서는 물론 제3자의 시각에서 봐도 문제 있는 회식으로 보일 것입니다.

판사와 공판검사의 친밀한 관계는 함께 회식을 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재판업무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구체적으로, 공판검사는 여러 명의 수사검사로부터 넘겨받은 수십건의 사건들에 대한 재판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수사검사가 작성해 준 간단한 메모에만 의존하여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검사가 재판업무 뿐만 아니라 수사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재판 업무보다 오히려 수사업무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되었든, 현재 시스템 하에서, 공판검사는 사건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재판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때 증거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공소장 변경신청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런데 판사는 변호사의 업무 미숙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대하지 않음에도, 공판검사의 업무미숙에 대해서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당히 관대한 것이 보통입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판사와 검사의 친밀한 관계로 인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사재판을 많이 담당해 본 변호사들은 이러한 원칙이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검사가 증거를 통해 피고인의 유죄를 확실하게 입증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검사가 수사를 하여 기소를 하면 그 피고인은 유죄로 추정되고, 피고인이 스스로 증거를 제시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유죄를 선고받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더라도 9명의 진짜 범인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현실적 필요성도 있지만, 법원과 검찰의 상호 신뢰와 협조관계 또한 주요 원인이라고 보입니다.

과거 형사재판은 소추기관과 판단기관이 나누어지지 않은 시스템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이를 규문주의라고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과거 원님재판을 상상하면 됩니다. 즉 사또와 같은 국가기관이 죄를 지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조사한 후 형벌 선고까지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런 규문주의 시스템은 피고인을 단순히 재판의 객체로 보기 때문에, 고문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었고,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하여 억울하게 처벌받는 경우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근대 사회가 되면서, 과거 규문주의 시스템은 탄핵주의 시스템으로 바뀝니다. 이는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죄를 지었다고 판단되면 재판에 넘기는 기관과, 죄를 지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분리되어 있는 시스템입니다.

현대 문명국가의 대부분은 검사가 피고인을 재판에 넘기고, 판사는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서 중립적인 판단자로서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때 피고인이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변호인 선임권을 보장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판사와 검사가 서로 가깝게 지내며 긴밀하게 협조한다면, 이는 소추기관과 판단기관을 분리하여 피고인을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진실을 발견하고자 하는 탄핵주의의 이념을 무력화 시키는 것입니다. 즉, 판사와 공판검사가 수시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서로의 편의를 봐주는 등 긴밀하게 협조한다면 이는 과거 고대, 중세사회 원님재판으로의 회귀가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을 충실히 준수하기 위해서, 또한 현대 형사재판의 기본 이념인 탄핵주의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검사와 판사는 결코 함께 회식을 하고, 서로의 편의를 봐주며 긴밀하게 협조해서는 안 됩니다.

판사의 검사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비록 불미스러운 것이기는 하나, 형사재판에서 법원과 검찰의 올바른 역할이 무엇인지, 두 기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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