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제2의 북풍공작” vs 송민순 “배후 없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사진=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007년 유엔인권결의안 찬반 투표 전 북한과 접촉을 지시한 것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2007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한 유엔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된 북한 측 반응을 정리한 청와대 문건을 공개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문재인-송민순 누가 거짓말 하고 있나?

송 전 장관은 문건 공개와 관련해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문 후부가 대선 토론 등에 나와 계속 부인만 하니 어쩌겠는가”며 “문 후보는 내가 내 이야기(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잘못되었다고 해야지 사실을 싹 깔아뭉갤 일이 아니지 않으냐. 이처럼 확실한데 어떻게 역사에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나”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가 여러 방송에서 ‘내가 북한 반응을 확인해 보자고 결론내렸다는 손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또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동의했다고 했다”며 “또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동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동의했다면 이렇게까지 될리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송 전 장관의 발언은 중반으로 달리는 대선판에 상당한 폭발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관 시절 꼼꼼히 기록한 업무 수첩과 청와대 안보실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청와대 문건을 제시하면서 문 후보의 진실성을 정면으로 흔드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지난 대선 때 NLL (논란)과 같은 제2의 북풍공작으로 선거를 좌우하려 한다. 비열하고 새로운 색깔론”이라고 받아쳤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참여정부 때 근무한 장관이기도 하고 과거 일에 대해 서로 기억이 다를 수 있어서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선거가 임박한 이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그런 차원을 넘어선, 비열하고 새로운 색깔론 북풍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문 후보는 “이 사건을 지난번 대선 때 있던 'NLL 조작 북풍공작 사건', 제2의 'NLL 사건'으로 규정한다”며 “이 문제의 핵심은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느냐, 송 전 장관의 주장처럼 북에 (인권결의안 표결 방향을) 먼저 물어본 후 결정했느냐는 것”이라며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거듭 “북에 통보해주는 차원이지 북에 그 방침에 대해 물어본 바가 없고, 북에 물어볼 이유도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희에게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다, 아마 국가정보원에도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송 전 장관은 문 후보가 ‘제2의 북풍’이라고 반박한 것을 두고 “제 배후는 앞으로 일을 하는데 교훈을 삼아야 되겠다는 사명감 말고는 배후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 文측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정한 것”… 타 후보들 “거짓말 해명해야”

문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확대되자 중앙선대위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주재했던 11월 16일 회의에서 북한결의안 기권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정했다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기권결정한 이후에 북한에 우리 입장을 통보했다, 그 이상 이하도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송 전 장관과 문 후보 간의 상반된 진술을 둘러싸고 각당 대선 후보들은 앞 다퉈 문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에둘러 문 후보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직후 “지도자는 거짓말 하면 안 된다”며 “시간이 없으니까 적당히 얼버무려서 넘어가면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좀 곤란하다”고 비난했다.

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역시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지난해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며 “거짓말을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말이 바뀌는 것이다. 북한에 물어본 것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명백하다. 대선후보의 정직성, 거짓말과 관련한 부분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와 국정원에 관련 문건이 있으면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송 전 장관의 문건 공개로 문 후보의 안보관은 지난 19일 KBS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주적’ 입장을 묻는 유 후보의 질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넘어간 것과 함께 대선 막판까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송 전 장관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대해 문 후보가 진위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만약 사실관계가 불분명 하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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