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주주총회서 “전환에 부정적 영향 있다”

24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49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권오현 부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소비자경제=김현식 기자]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타운에서 열린 제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지금으로써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회사의 중차대한 사안에 있어 결단을 내릴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를 뜻한다. 총수가 없는 상태에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주총회에서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며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고, “지주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검토에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돼 올 5월께 검토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과 조기 대선이라는 중대한 상황 변화에 따라 일단 검토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 와중에 또다시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 경우 지분율이 0.6%에 불과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형성돼 있어 시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의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공교롭게도 정치권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에 불리한 방향으로 상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법인의 인적분할 때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막는 상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은 삼성전자를 삼성전자 홀딩스(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쪼갤 때 삼성전자 홀딩스가 받을 사업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면 지주회사에 자사주 비율만큼 사업회사 지분이 할당된다. 이때 지주회사에 주어진 사업회사 주식은 더 이상 자사주가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이 살아나고, 지주회사로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 같은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막자는 것인데,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자사주를 써먹기 위해 법 개정 전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른다”는 비판적인 여론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양사의 합병이 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의혹과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또 꼼수를 쓴다’는 시선에 맞닥뜨려야 한다”며 “삼성전자로서는 시기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지금으로써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모든 검토가 끝나면 그 결과를 공유 하겠다”고 여지를 남긴 것도 이런 맥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