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CJ회장 "죄송하다"...독대 이후 영화 제작 흐름 바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0일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포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출처=청와대)

[소비자경제=고동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1월 말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CJ의 영화·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방향을 바꾸라”고 직접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겨레가 16일 보도했다.

당시 손 회장은 “죄송하다. 방향을 바꾸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함께 기업의 문화 콘텐츠 사업에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진보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압력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이번 주 내에 소환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영화 <광해>와 <변호인> 등을 제작한 CJ그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통해 이미경 부회장 퇴진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한겨레에 따르면 문화계 인사들의 전언으로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안가로 손 회장을 불러 “CJ가 좌파 성향을 보인다. CJ가 영화를 잘 만드는데, 방향을 바꾼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정권 비판적인 콘텐츠 생산을 중단하고 우호적인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했다는 것.

CJ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하는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요구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며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 중에 편향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제가 이번에 모두 정리했다. 앞으로는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손 회장은 이어 “우리는 <명량> 등과 같이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도 제작한다”며 우파 성향의 영화도 제작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회사로 돌아가 이채욱 부회장에게 대통령과의 면담을 알리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하면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 CJ는 보수 성향의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했고, 2015년 1월 <국제시장> 시사회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고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손 회장과의 독대 전에 김 전 실장으로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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