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법률 칼럼]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 제도의 도입을 바라며
[박재형 법률 칼럼]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 제도의 도입을 바라며
  • 소비자경제
  • 승인 2016.10.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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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루 박재형 변호사

[소비자경제 칼럼] 금년 봄 수년간 묵혀졌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관련 수사가 급격히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그 유해성이 알려지고 수사가 시작되었음에도 수사가 잠정 중단되어 있다가 수년이 지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늦게나마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어 다행입니다.

여러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인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았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상품을 판매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경우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로는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에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해자를 형사처벌 하는 것 외에, 피해자와 그 유족이 가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손해배상 금액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기업의 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하여 두 가지 강력한 제도가 인정되고 있는데, 첫 번째가 손해배상 금액을 파격적으로 높게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이고, 두 번째가 다수의 피해자가 법적 절차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쉽게 해주는 집단소송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는 가해자의 처벌이 아니라 ‘손해의 전보’, 즉 피해의 금전적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따라서 민법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합니다.

옥시 사건과 같은 경우,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면 유족은 사망 전까지의 치료비, 사망한 피해자가 향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득했을 수입에서 생활비 상당액을 공제한 금액, 1억 원 미만의 위자료 합계가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반하여 미국에서 인정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피해자가 실제 입은 손해액의 보상을 명하는 외에, 가해자에게 일종의 처벌을 가하여 가해 행위의 재발을 막는 의미에서, 실제 손해액을 초과하는 금액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제도입니다.

맥도날드에서 너무 뜨거운 커피를 제공해서 고객이 화상을 입은 경우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된 경우가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미국에서 인정되는 집단소송 제도는, 가해자의 어떤 행위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 등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변호사가 원고들로부터 일일이 소송위임을 받지 않아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변호사가 승소할 경우 그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하지 않았던 피해자들도 그 판결에 따라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집단소송제도는 인정되지 않고 있고,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자주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옥시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도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할 때는 여러 피해자로부터 일일이 소송위임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 중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절차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인데, 미국과 같은 집단소송제도가 인정된다면, 어떤 변호사가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경우, 피해자들은 그 동안 아무런 관심이 없었더라도 승소한 변호사에게 일정 비용만을 지급하고 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집단소송 제도가 인정될 경우, 일반 소송절차에 의하면 번거롭다거나 기타 이유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을 사람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가해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배상액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법발전을 위한 법관 세미나’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고의적인 기업범죄로 사람이 숨진 경우 피해자에게 최대 9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대형 재난은 6억 원, 교통사고는 3억 원, 명예훼손은 3억 원까지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함으로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방침은 법률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의적인 기업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보호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입니다. 향후 법원이 실제 사례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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