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 보상 당연” vs 기업 “이물질 발생 원인 명확치 않아”

▲ 일부 식료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보상을 원하는 소비자와 기업 간 상반된 입장 차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식품업체의 주스에서 발견된 벌레.(출처=제보자 제공)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일부 식료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보상을 원하는 소비자와 기업 간 상반된 입장 차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블랙컨슈머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양측을 중재하는 한국소비자원도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없어 난처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과거 조사에 따르면 식품관련 위해정보 중 30% 가량이 식료품에 이물질이 섞인 경우였고, 이 중 파리, 개미, 구더기, 애벌레 등 벌레 종류가 21%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이물 신고건수만 601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식료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 업체로부터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식료품의 경우 ▲함량, 용량부족 ▲부패, 변질 ▲유통기간 경과 ▲이물혼입 등이 있으면 소비자는 사업자로부터 제품을 교환받거나 구입가를 환급받을 수 있다.

특히 부작용이나 용기파손 등으로 인한 상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치료비와 경비, 하루 실소득을 배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입장에서 식품과 관련된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업체 측의 과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에 이물질이 유입되는 경우에는 제조공정상 부주의, 자연발생 등 여러 가지 경로가 있어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 그만큼 업체의 책임 소재를 묻기도 까다로운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와 업체 간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일부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일례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구매한 햄버거를 먹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난 50대 남성이 보상을 요구하자, 해당 업체 측은 ‘자사 햄버거로 인해 발생한 질병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렇게 소비자와 업체 간의 대립이 팽팽히 맞서게 된 이유는 최근 블랙컨슈머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블랙컨슈머들의 극성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교환·환불 규정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고, 정당한 소비자들까지 악덕 소비자로 오인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83.4%의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은 사실과 다른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해 판매 감소까지 경험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소비자의 문제 제기를 신뢰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고, 이물질이 아닌데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며 “고객이 허위 사실을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 관련 법에 따른 매뉴얼대로 처리를 해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과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상품 하자에 대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고, 기업들은 기업 나름대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 전체를 흐린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라며 “소비자원 측에서도 어느 한 쪽 편만을 들 수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증거사진과 식품포장지, 구매영수증, 의사의 진단서 등의 근거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피해보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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