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 과정에서 비롯된 현상…이해 당사자간 공감대 급선무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최근 유명 힙합 듀오 리쌍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서 세를 들어 장사 하던 ‘우장창창’과의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도시가 성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하게 발생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지자체, 건물주와 임차인 등 당사자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전보다 활기를 보이면서 자본가 계층이 유입돼 기존에 머물던 주민이나 개인사업자들이 타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쉽게 말해 산업화·도시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것이다.

낙후 지역을 재활성화 한다고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대체로 대기업의 자본이 기존의 상권을 빼앗는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을 재생시켜주고 활성화되고 상인들의 소득과 거주민의 소속감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떠나게 되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힙합듀오 리쌍과 퇴거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임차상인 단체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맘상모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맘상모 페이스북)

앞서 살펴본 신사동 가로수길 외에도 경리단길, 연남동 등이 이미 이 현상으로 인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이태원이 관광특구로 조성되면서 기존의 특색 있는 가게를 운영하던 영세 사업자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근처 경리단길에 몰리게 됐다. 경리단길은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근처 육군중앙경리단에서부터 하얏트 호텔 입구까지의 길을 말한다.

경리단길이 다시 입소문이 나자 2009년 33m²에 83만원이었던 임대료가 2014년에 102만원까지 올라가면서 개성 있는 카페, 술집 등의 개인 상점들이 다시 외부로 내몰리는 위협을 받게 됐다.

연남동 또한 경리단길이 조성된 것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지니고 있다. 기존에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내면서 음악, 미술 등의 산업이 발전했고 이에 발맞춰 화방, 악세사리점 등이 자리잡게 됐다.

이후 홍대는 예술,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지로 자리잡으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2002년 이후 상업화를 겪으며 홍대에 예술가와 개인 상인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연남동으로 대거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도시화 과정 속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도시의 성장과, 쇠퇴, 재생 등의 과정 속에서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이다.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경리단길의 모습.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다만 거대한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지역 고유의 특성과 문화 상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대도시에선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공공기관이 개입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파리시는 모든 상업시설을 모니터링해 분포 특성을 파악하고 전통적인 소매상업과 수공업은 ‘보호상업가’로 지정해 보호·지원해오고 있다. 여기에 카페나 레스토랑, 유제품 가게, 빵집 등 도시 경쟁력에 이바지한 소매상업들이 포함돼있으며 보호상업가로 지정되면 건물 1층에 입점한 상업시설을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없다.

영국 런던 쇼디치 지역에서도 초기 지역 발전 단계와 함께 했던 예술가, 디자이너, 디지털 산업체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역 협동조합과 함께 기업들의 임대와 기부로 마련된 건물과 광장을 재임대하는 등 수익을 주민들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맹다미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은 “서울시는 해외와 달리 압축 성장한 경험이 있어 이러한 과정 중 일부 지역에섲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소유자, 상가 세입자, 정부 등 지역의 이해 당사자간에 지역의 미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젠트리피케이션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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