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형광증백제’ 유해성 논란…화장지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게 최선

▲ 재생펄프로 만드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제품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형광증백제’를 첨가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형광증백제의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가습기 살균제 이후 불거진 생활용품 안전성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일부 두루마리 화장지에 포함된 ‘형광증백제’의 유해성 여부가 수면 위에 올랐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사그라지지 않은 가운데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생활화학용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수 년 전부터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제품이 있는데, 바로 ‘화장지’다.

얼마 전 친구들과 동네 커피전문점을 찾은 김지윤(24·여)씨는 냅킨 표면에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갈색 휴지’가 ‘흰색 휴지’보다 인체에 덜 해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던 김씨는 평소 흰색 두루마리 휴지를 주로 사용해 아토피 등의 피부염이 호전되지 않은 것인지 걱정됐다.

실제 일부 커피전문점 등에선 “고객님의 건강을 위해 표백제를 넣지 않은 갈색 냅킨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냅킨이 유색이라고 해서 어떤 표백제도 넣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목재에서 생산한 깨끗한 펄프를 사용해 만든 고급휴지라도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펄프에 남아있는 색깔을 없애기 위해 표백제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갈색 냅킨의 경우에는 표백제의 성분 중 하나인 ‘형광증백제’를 첨가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다.

형광증백제는 제품을 하얗게 보이기 위해 첨가한 물질이다. 푸른색 염료 대신 형광등 불빛이나 태양 빛에 조금씩 들어있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옅은 푸른색의 형광(螢光)을 방출한다.

이 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학자들 간에 이견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인체에 치명적일 정도로 위험하다는 확실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임상실험 결과들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고, 천연형광물질이 아닌 인공형광물질의 일종이기 때문에 피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접촉성 피부염이나 아토피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는 ‘표백제’를 넣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갈색 냅킨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소비자경제DB)

실제로 기술표준원은 형광증백제를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기술표준원의 안전품질표시기준에 따르면 ‘형광증백제가 미용티슈에는 검출돼서는 안 되며 두루마리 화장지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두루마리 화장지를 화장실용으로만 쓰도록 용도에 대한 표기를 강제하고 있다.

사실상 두루마리 화장지는 A4용지나 우유팩 등 한 번 사용했던 폐지를 원료로 하는 재생펄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종이에 묻어있는 잉크, 연필의 자국이나 얼룩을 없애기 위해 형광증백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화장실에서만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보건 당국 또한 형광증백제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뒤 현행 식품위생법과 약사법 등을 통해 종이컵, 냅킨, 화장지, 일회용 기저귀, 식기, 생리용품, 화장지, 탈지면, 물티슈, 마스크 등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제품들에 대해 형광증백제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종이 생산량 중 80% 이상이 폐지 재활용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형광증백제가 포함된 종이류와 휴지가 유통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수 년 전부터 종이류를 새로 제작할 때 형광증백제를 첨가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폐지를 이용해 종이류를 생산할 경우 제조 과정에서 형광증백제를 인위적으로 넣지 않더라도 원재료인 폐지에 형광물질이 이미 첨가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화장지를 원래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등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두루마리 휴지를 화장용 티슈 대신에 사용하거나, 고기를 구울 때 철판을 닦는 등 식품이나 피부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두루마리 휴지에 포함된 극소량의 형광물질 성분이라도 민감한 피부에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부질환이 발견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화장지 업체 한 관계자는 “화장실용 화장지의 원료로 재생펄프를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고, 아직까지 형광증백제의 유해성 여부는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면서도 “두루마리 화장지는 재생원료를 사용한 만큼 화장실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휴지에 남아있는 정도의 표백제나 형광증백제가 입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닿는다고 해서 치명적인 위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미용 휴지, 조리용 휴지 등을 구분해 상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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