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달라진 더치커피, 산패 위험은 여전해

▲ 올 여름 커피시장엔 '콜드브루'가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위생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국내 커피시장에서 콜드브루 열풍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콜드브루의 추출방식이 최근 세균 논란이 일었던 더치커피와 다르지 않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 여름 커피시장의 화두는 단연 ‘콜드브루’다. 준비 기간이 길어 하루에 한정된 수량만 판매할 수 있음에도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아 콜드브루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콜드브루는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해 우려낸 커피를 말한다. 아메리카노보다 추출 시간이 길고 생산량이 적다.

콜드브루 추출 방식 중 대표적인 것이 원두를 가득 채운 통 안에 물을 한 방울씩 흘려 추출하는 점적식과 물 안에 원두를 넣고 우려내는 침출식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커피를 추출하는 데 최소 10~14시간이 걸리는 등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콜드브루 열풍의 문을 연 것은 투썸플레이스와 한국야쿠르트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1월 플래그십 매장인 ‘포스코사거리점’에서 콜드브루 메뉴를 처음 선보였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3월 더치커피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를 출시했다. 콜드브루의 맛과 향이 살아있는 단 10일간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고,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찰스 바빈스키(Charles Babinski)와의 협업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콜드브루의 인기가 높아지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에서도 콜드브루 열풍에 가세했다. 각 기업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담은 각양각색의 콜드브루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를 뿐, 더치커피와 콜드브루는 기본적으로 같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는 더치커피(Dutch coffee)라고 부르며 서구권에서는 콜드브루(Cold brew)라고 한다.

그러나 이름을 달리 했다고 해서 위생 논란에서 온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 최근 일부 더치커피 제품에서 세균이 발견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출처=픽사베이)

일각에서는 산패의 원인인 유분(커피기름)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콜드브루의 추출방식이 위생 논란에 휩싸인 더치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8월 더치커피로 불리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더치커피를 생산한 업체들이 이를 백화점 등에 납품해온 게 적발되면서 위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올해 2월 한국소비자원이 더치커피에서 다량의 세균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며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더치커피 30개 제품에 대한 세균검출시험을 진행한 결과 3개 제품에서 기준치의 9900배에 달하는 세균이 발견됐다. 이 중 1개 제품에서는 대장균균도 함께 검출됐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실온에서 장시간 추출과 숙성 과정을 거치는 특성상 세균에 노출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후 국내 커피시장에서 더치커피라는 이름은 점차 사라졌지만, 이후 콜드브루라는 이름을 단 제품들이 속속 출시됐다.

콜드브루가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일부에서는 국내시장에서 콜드브루의 전신(前身)이라 할 수 있는 더치커피를 예로 들며 위생을 우려하고 있다. 추출방식이 흡사한데다가 산패의 원인인 유분을 걸러내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치커피의 위생 논란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며 “사실상 같은 추출방식이더라도 콜드브루라는 새로운 명칭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업들은 이름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생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루 한정 판매, 짧은 유통기한 등을 통해 ‘신선함’을 내세웠고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일각의 우려를 ‘기우’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는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협력업체에서 자체 특허 브루잉(brewing) 기법으로 콜드브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살균 과정을 한 번씩 거쳐 세균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 단 10일만 유통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입자를 얇게 하는 초임계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해 위생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썸플레이스는 현장 출사, 제품 수거 등 자체적인 위생 점검은 물론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더치커피를 판매하던 매장에 한해 콜드브루를 선보이고 있는 엔제리너스커피 역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산패의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엔제리너스커피 관계자는 “매장에서 고객이 콜드브루를 주문하면 즉석에서 곧바로 원두를 내려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고 위생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1년여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기존 더치커피 추출방식인 점적식 대신 침출식 콜드브루를 탄생시켰다. 제한된 인원이 14시간씩 우려내기 때문에 한정된 양만 당일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예전에 위생 논란이 됐던 점적식 추출방식은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관(管)이 세균 번식에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라며 “침출식은 거름종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위생 위험이 덜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독된 밀폐용기 안에서 추출과정이 진행되고, 매장 관리자급에 한해 콜드브루를 추출함으로써 전문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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