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월별 매출 하락세...주가는 반토막

▲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 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지만 제품의 인기가 사그러들면서 투자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출처=해태제과)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 생산량 확대를 위해 공장까지 새로 지었지만 매출 증가 효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제2의 꼬꼬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한때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해태제과는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 5월 문막 제2공장을 증설했다.

해태제과는 준공식 당시 2공장이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면 허니버터칩 공급량이 1일 1만5000박스에서 3만박스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허니버터칩의 연매출 또한 1800억원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 해태제과가 문막 제2공장을 증설하기에 앞서 기대했던 허니버터칩 연매출. (출처=해태제과)

그러나 설비 증설효과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이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허니버터칩 매출은 지난 4월까지 매월 50억원 규모였으나, 생산공장 증설 이후인 5월과 6월에는 이보다 약 3~4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공장을 증설한 이후 예상보다 시장이 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매출액보다 약간 늘어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허니버터칩 생산을 증설하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해태제과는 제2공장 증설 당시 “생산물량 부족으로 넘지 못했던 1000억원 고지를 단숨에 돌파하고 제과업계 사상 최고매출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 공장이 본격 가동된 이후에도 매출에 큰 변화가 없자, 해태제과 관계자는 “문막 제2공장은 허니버터칩 전용공장이 아니라 감자칩 공장을 증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동안 생산량이 부족했던 생생칩 등 기존 제품의 공급량을 늘리고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한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 (출처=GS25)

실제 일부 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칩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 GS25에서 허니버터칩은 지난 2분기(4~6월) 매출이 전분기보다 17.1%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줄었다.

월별 매출도 하향세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넉 달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하던 매출은 신공장이 완공된 5월 5.0% 증가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지난달 다시 7.8% 감소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는 “허니버터칩이 처음 나왔을 때는 SNS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대학생들이 많아 ‘허니버터칩 재고없음’이라는 안내문을 편의점 문 앞에 붙일 정도였다”며 “이제는 유행도 끝나고 품귀현상이 사라지다보니 소비자들이 예전만큼 앞다퉈 찾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허니버터칩의 매출 부진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흥행에 힘입어 지난 5월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 직후 장중 6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3만원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 해태제과의 최근 3개월 새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금융)

사실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을 두고 ‘제2의 꼬꼬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허니버터칩에 대한 수요가 생산량을 밑돌 경우 공장 증설에 대한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팔도 꼬꼬면은 2011년 출시 이후 라면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500억원을 들여 부랴부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꼬꼬면은 당시 ‘하얀 국물 라면’ 전성시대를 열며 3개월 만에 2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전체 라면시장 매출 2위 자리에 올랐으나 출시 8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점유율은 1%로 곤두박질쳤다.

경쟁사들이 유사 제품을 쏟아내고, 시장에서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익숙한 것’으로 회귀하면서 허니버터칩의 유행이 지나간 것을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복수의 제과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소비자들은 입맛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익숙한 맛에 길들여져 있다”며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입해 먹다가도 결국 기존의 스테디셀러 제품들로 돌아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허니버터칩이 품귀현상을 빚었을 때는 호기심으로 인해 수요가 컸지만 이제는 지나간 유행이 됐다는 말이다.

이처럼 허니버터칩이 ‘생산라인 증설 징크스’에 빠져든 가운데 뚜렷한 위기 대응책이 없어 더 답답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 관계자는 “하반기 호실적을 기대하기는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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