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김씨 “그냥 폐업하란 소리”…관할 시, “현행법 시행령에 따라 부과한 것”

▲ 소상공인들의 대표적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단지와 벽보, 현수막 등을 불법으로 설치하다가는 ‘과태료 폭탄’이 부과될 수 있어 개인사업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은평구청)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소상공인들의 대표적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단지와 벽보, 현수막 등을 불법으로 설치하다가는 ‘과태료 폭탄’이 부과될 수 있어 개인사업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경기 부천 원미구에서 복싱체육관을 새로 개업한 김 모씨. 김씨는 체육관 홍보차 주변 곳곳에 A3 크기의 벽보를 붙였다. 그러나 이 행동이 큰 화근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원미구청 측이 500장 가까이 붙인 벽보에 대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이라며 과태료 고지서를 보내온 것이다. 부과액 규모는 자그마치 2100만원에 달했다. 광고물을 무단으로 붙이는 것이 법에 위배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의 과태료를 물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체육관을 오픈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김씨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우리가 큰 법인도 아니고 영세한 개인사업자일 뿐인데 이 정도 과태료는 너무한 것 아니냐”며 “나름대로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희망이 사라졌다. 그냥 폐업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가 500장의 광고 벽보를 붙인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에서 허가한 곳에만 현수막이나 전단지, 벽보 등을 설치‧부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도나 도로에서 볼 수 있는 광고물은 대부분 허가 없이 배포되거나 설치된 것들이다.

시나 구청 등은 불법 광고물에 대한 민원을 받으면 담당 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광고물을 회수하고 그에 따라 과태료를 산정한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55조 과태료의 부과기준에 따르면 벽보의 경우 장당 8000원 이상에서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구체적인 부과 금액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다.

부천시 담당자에 따르면 적발된 벽보 건 수가 11장에서 20장이면 2만5000원, 장당 21장 이상이면 과태료가 추가돼 장당 4만2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서울 강북구의 경우에는 20장 이상일 경우 장당 4만5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김씨는 부천시 규정에 따라 불법 벽보 500장에 장당 4만2000원으로 계산해 총 2100만원이 적힌 과태료 고지서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민원인이 직접 불법 광고물 직접 수거해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100만원 가량의 과태료를 받게 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보통 해당 공무원이 직접 광고물을 수거하는데, 이렇게까지 높은 수준의 금액을 부과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민원인이 직접 문제를 제기한 만큼 원리원칙에 따라 사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부천시 관계자는 이어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허가 받은 광고물을 부착하길 당부드린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불법광고물 부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현수막, 전단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간 인건비와 폐 현수막 처리 비용을 모두 합치면 수십억원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11월에만 적발된 전국의 불법광고물은 6562만건으로 2014년 대비 20%나 증가했다. 당시 부과된 과태료 금액만 해도 306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행정자치부는 서울·부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불법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기존 65세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으로 한정하던 참여자격을 20세 이상으로 개방했다.

일부 지자체는 단속 공무원들이 휴일까지 반납해 집중 철거하고 있지만, 불법광고물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한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물 관리 담당 공무원은 “도심을 이 곳 저 곳을 활보하는 불법광고물을 막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기존 옥외 광고물이나 불법 현수막 등과 같은 업무에도 인력이 부족한 판국에, 과태료 등의 금전적인 손해를 통해 불법 광고물로 인한 이득을 막아야 어느 정도 이 문제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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