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렇다 할 규제 全無..."중국 등 해외구매대행 판매 주체 알 수 없어"

▲ 무기류 장난감이 어린이들에게 쉽게 판매돼 폭력 행위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이지연 기자] 무기류 장난감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제품 판매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어 이를 범죄 도구로 악용하거나, 폭력 행위의 수단으로 삼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 3월까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비비탄 총, 화약 총, 칼, 화살 등 장난감 무기류 안전사고는 총 385건으로 조사됐다. 피해 연령은 4~7세가 136건으로 전체의 35.3%를 차지했고 0~3세는 108건으로 28.1%, 0~7세는 244건으로 63.4%를 차지했다.

무기류 장난감 안전사고는 실수로 상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이를 장난감이 아닌 공격수단으로 삼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과거 한 뮤지컬에서 중학생들이 공연 중 배우와 스태프들을 향해 비비탄총을 쏴 물의를 빚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몇몇 학생들이 오프닝 곡을 부르던 무대와 제작사 직원을 향해 비비탄을 쐈고, 이에 뮤지컬 측은 커튼콜을 생략하고 황급히 종료했다.

뿐만 아니라 범죄행위로 무기류 장난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초중학생들이 장난삼아 사람을 향해 장난감 총을 발사해 사고가 났던 적이 있었고 주택가에서 새총을 쏴 주변 유리를 몽땅 깨뜨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무기류 장난감은 실제 무기와 비슷한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고 심지어 무기류 장난감을 범죄행위에 이용하는 성인들의 모습을 모방하는 어린이들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새총의 경우 새를 쫓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실상 살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새총에 쇠구슬을 장착해 개량하거나, 고무줄을 여러 개 덧붙이면 파괴력이 커져 무척 위험하다.

경찰청은 개량 새총을 모의 총포와 같은 기타 위험한 발사 장치로 분류해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관련 규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새총에 장착하는 쇠구슬도 학습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어린 친구들이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 장난감 총, 칼, 활, 새총, 수갑 등 경찰이나 군인들이 사용하는 무기류 장난감들은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출처=픽사베이)

무기류 장난감 안전사고의 74%를 차지하는 비비탄 총은 외형이 실제 총과 흡사하게 생겨 어린이들에게 마치 진짜 무기와 같은 착각을 갖게 한다. 어린이용, 청소년용, 성인용으로 나눠져 있긴 하지만 평균 속도가 초속 40m나 된다. 두꺼운 도화지를 관통할 만큼 강력하고 눈에 맞으면 실명의 위험까지 있다.

어린이용 장난감 총도 탄창과 다트가 있어 사람을 향해 쏘면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법적인 총포 단속대상이 되지 않아 범죄 활용 위험이 높다.

뿐만 아니라 새총과 비슷하게 생긴 장난감 활, 광선검, 목검처럼 뾰족하거나 단단한 장난감 칼, 가짜 수갑 등도 어린이들에게 위험한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어린이 장난감이라는 인식이 강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고민없이 이를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어린이제품법을 통해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모든 어린이 제품에 KC 마크 인증과 사용연령 표기 등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슈퍼마켓와 문구점까지 정부가 일일이 살펴보기 어렵고 어린이들은 주변 어른 혹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난감 판매업체 관계자는 “장난감 칼, 총 등은 연령이 정해진 경우가 많아서 어린 친구들이 구매하려고 하면 제재를 한다”며 “구매 자체가 불가하긴 한데, 어른이 사서 그걸 누가 사용하는 지 판매자들이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생활질서과 총포화약계 관계자는 “위험한 총포에 관해서는 모의총포로 정해놓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판매할 경우에는 처벌을 하고 있다”며 “발사기준, 형태, 외관 등을 살펴 실제 총과 유사할 경우에 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장난감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는 따로 없다”며 “장난감 칼, 활, 새총 등 무기류 장난감에 대해서는 판매연령만 정해놓고 딱히 규제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무기류 장난감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어린이들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갑, 총, 칼 등 경찰이나 군인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비슷하게 생긴 장난감을 보고 이를 장난감이 아닌 남을 괴롭히는 도구로 인식할 수 있다. 또, 자극적인 도구에 자주 노출되다보면 무기가 가지는 폭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실제 범죄행위로까지 이를 악용할 수 있다.

김수림 허그맘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부원장은 “어린아이들은 아주 어린 유아기때부터 공격성이 조금씩 발달하게 된다. 이 때 가짜 싸움 놀이를 하면서 충동 절제나 분노조절을 배우게 될 수 있다”며 “아이들의 공격성을 분출하는 수단으로 무기류 장난감이 사용된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연령에 따른 적절한 장난감 규제는 필요하다. 비비탄 총의 경우 크게 다칠 수 있고 연령에 맞지 않는 장난감을 사용했을 경우 위험성 면에서 좋지 않다"며 "그 나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권장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무기류 장난감의 위험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아예 어린이들에게 무기류 장난감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무기류 장난감 자체를 판매하지 않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실제 총과 유사한 장난감 총의 판매를 중단하고 만일 이를 판매할 경우 벌금으로 30만 달러를 내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주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 조항을 준수하기 위해 주법의 판매 규정을 준수한 제품을 제외한 장난감 총을 판매하지 않도록 협의했다.

브라질에서도 총기 관련 범죄를 막기 위해 장난감 총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게다가 팔 수 없게 된 장난감 재고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판매점에 지급해주고 어린이들이 장난감 총을 가져오면 책으로 교환해주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해외에서는 아이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무기류 장난감 판매 및 구입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규제가 없고, 규제가 있더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무기류 장난감은 연령별로 규제를 하고 자율안전확인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안전확인을 받지 않는 제품들이 많다. 어린이들이 사용했을 때 위험할 수도 있는 제품들인데 중국이나 해외구매대행으로 들어와 판매 주체를 알 수 없는 상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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