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희 기자

[소비자경제=김은희 기자] 지난 22일 부산 지하철 1호선에 ‘여성 배려칸’이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다. 여성이 주 표적인 지하철 범죄를 방지하고 임산부와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들을 배려하자는 취지의 자율적인 정책이다.

출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와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 전동차 8량의 5번째 칸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좋은 취지라며 찬성하는 시각도 있는 반면 부당함을 주장하는 반대의 시각도 있다. 반(反)여성,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이유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된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집계가 시작된 2000년부터 강력범죄의 여성 피해자 비율은 항상 70%대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14년의 경우 84.7%에 달했다. 물론 이는 폭력 범죄를 제외한 수치다. 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여성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기 때문인데 이 경우 가해자 역시도 남성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여성들이 범죄에 많이 노출돼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성들의 대부분은 물리적인 약자로서 ‘피해자’의 범주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여성뿐 아니라 어린이, 노인을 비롯한 일부 남성들 역시 이 범주에 해당되곤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구분 짓기 정책’이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것이다. 특히나 관 차원에서 실시되는 여성 전용 구역과 같은 정책들이 정말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 ‘구분 짓기’는 몇 가지 특성을 지닌다. 공통적인 성질을 지닌 하나의 계층을 규정지음으로써 부유하는 몇몇 존재가 아닌 결집된 사회적 모임이 된다. 이들은 명명(命名)과 함께 하나의 현상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허나 이 구분 짓기가 일반적이지 않은, 주도적이지 않은 움직임일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안티테제’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만큼 그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사회를 자극하고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구분 짓기는 그들 스스로를 ‘약자’로 고립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

약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 결집이 핵심적이다. 그 다음은 모인 그들이 사회에 어떻게 편입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사회 규칙을 일부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따라주지 않는 일방적인 ‘구분 짓기’ 정책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역풍과 함께 약자들에 대한 분노와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 수 있다. 반응이 어찌됐든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회적 환기를 불러일으켜 다시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개선책으로 나아가리라 본다. 우리는 이러한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김은희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