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과도한 수익률 보장하는 토지매입 권유하면 토지 현황 꼼꼼히 확인해야"

▲ 서울시 마포구의 한 재건축 현장. 최근 재건축을 빌미로 토지매매 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한때 기승을 부렸던 기획부동산 토지 사기판매가 최근 다시 활개 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기획부동산이란 특정지역의 토지를 여러 명의 투자자에게 지분투자 또는 공동투자 방식으로 참여토록 하는 판매형태다. 개발호재가 빠르게 가시화할 경우 돈을 벌 수 있지만 일부 기획부동산은 사실상 지자체의 계획만 있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기획부동산 회사가 판매한 토지에 대해 ‘공유물 분할’을 통해 독립지번으로 소유권을 이전했지만, 최근 5~6년 전부터 토지분할이 자유롭지 않아 ‘공유지분’ 형태로 토지를 매매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형사고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번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아보면 공유지분권자가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공유지분의 토지를 되파는 것에 법적 문제는 없지만 사실상 매입하는 소비자가 없기 때문에 사기가 의심되더라도 초기 매입자가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부동산 전문변호사들은 “개발 호재가 생겨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설명한 것과 달리 개발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에 이씨의 딸은 해당 부동산업자인 김 모씨에 전화해 B땅 경매처분에 대한 책임을 물었으나 김씨는 B땅보다 더 좋은 조건의 토지를 대신 주겠다고 제안했다. 새로 계약서를 쓰면서 이씨는 공시지가 2만원, 부동산 거래시세가 최대 15만원이었던 C땅을 평당 80만원을 주고 추가 매매했다.

이후 주변 부동산과 구청에 문의한 결과 “개발과 관련해서는 일이 시작돼야 알 수 있다”며 “개발호재가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기획부동산 사기를 의심해 고소장을 작성,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그러나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선 토지 매입자에 대한 기만행위가 인정돼야 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토지 매입자 이씨에게 “부동산업자 김씨에게 또 다른 고소장 몇 장이 접수된 상황이지만 땅이 이미 경매로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끝내 고소인들이 소송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역시 토지 매매 계약서와 부동산 업자가 토지를 팔면서 제공한 몇몇 홍보 녹취록 정도의 증거물만 남아 있어 별다른 피해 구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매입한 토지의 등기를 보니 대부분의 공유지분권자들이 연세가 있는 노인들이었다”며 “부동산 관련 정보에 취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행위가 이뤄진 것은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기획부동산 사기는 예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고 법적 기준이 애매한데다가 형사 소송까지 이뤄지는 등 부담이 있어 피해 구제를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 서울시 마포구의 한 재건축 현장. 기획부동산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고 법적 기준이 애매해 피해 구제를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2013년 5월 개발할 수 없는 헐값의 임야를 사들여 고령의 부녀자 2000여명에게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아넘긴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잡힌 사례가 있다.

당시 경기 광명경찰서는 주부사원 모집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60~80대 부녀자 2177명을 상대로 개발 호재가 있다고 속여 땅을 사게 해 총 677원의 거금을 챙긴 기획부동산 업자 9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고령의 부녀자들을 교육장에 모아 놓고, 토지를 구입하도록 하거나 지인을 끌어들이게 한 뒤 수당을 지급하는 등 다단계 영업을 해왔다.

특히 공시지가가 3.3㎡당 1500원인 평창의 한 임야를 5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서류를 작성한 뒤 58만원에 되판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공시지가보다 무려 300배를 넘는 가격이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 회사로부터 토지를 매수했는데, 애초 안내받은 설명과 달리 매입한 토지가 개발 호재도 없고 실제 설명한 토지와 다른 경우 토지 매수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획부동산을 통해 이뤄지는 토지 매매가 사기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토지 매입자에게 얼마나 과장·허위 광고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한다.

구체적인 수치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기획부동산 회사에서 토지를 매입한 금액과 이를 다시 소비자가 구입한 금액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등 기획부동산이 취하는 이득이 ‘비상식적’으로 많을 경우 기획부동산 ‘사기’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기획부동산 회사는 영업사원을 통해 토지를 판매하는데, 이들은 매매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기 때문에 주로 ‘친근한 태도’와 ‘유창한 말’을 통해 소비자들에 접근, ‘어떻게 광고했는지’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업사원들이 “그 지역에 곧 길이 난다”, “어느 국회의원이 그 지역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등 적극적으로 광고를 했음에도 사기 혐의를 받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토지 매매 계약서에 “지자체 사정이나 국가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면 사실상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승만 법무법인 송경 대표 변호사는 “판례에 의하면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됐다고 하더라도 거래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시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경우 사기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부동산 회사에서 토지를 구매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에 도움을 청해 고소 전략과 그에 따른 증거자료 확보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변호사는 “기획부동산 회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되는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고 형사 고소를 통해 피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급격히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기획부동산 관련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기획부동산의 대표적인 유형과 대처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가 제시한 불법적인 기획부동산의 대표적인 사업 방식은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대상으로 분양 ▲분양 과정에서 허위 개발계획 제시 ▲접근성과 수익성 등 과장 광고 ▲컨설팅, 투자개발 등의 상호 사용 ▲개인(단독소유) 등기가 아닌 공유지분으로 등기 등이다.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토부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토지 관련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공적 장부 등을 토대로 실제 개발 가능한 토지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지자체의 도시·도로계획 담당부서에 분양업체가 제시하는 개발계획에 대해 확인하고, 현지를 직접 방문해 부동산 현황을 직접 보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해당 법인의 법인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법인설립일 및 소재지 변경사항을 확인하고, 신생법인이거나 소재지가 수시로 변경됐다면 기획부동산 사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개발정책과 관계자는 “과도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토지매입 권유가 있을 경우엔 해당 법인 및 대상 토지의 현황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기획부동산의 과장 광고나 투기 사범을 목격했을 땐 적극적으로 고발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