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 통해 위기 극복 노려…“차세대 R&D에 집중”

▲ 지난 3월 본사와 광주·오산·안산 등 각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과의 소통의 자리 ‘CEO 오픈컴’에서 사전 질문에 답하는 박종석 사장의 모습. (출처=LG이노텍)

[소비자경제=김은희 기자]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LG이노텍의 새로운 수장으로 박종석 사장이 임명된 지 반 년이 지났습니다. 엔지니어의 한 길만 꾸준히 걸어온 그는 LG이노텍의 미래를 바라보며 R&D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말 LG이노텍에 신임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바로 LG전자 ‘G 시리즈’를 전두지휘했던 박종석 전 MC사업본부장 사장입니다. 그는 LG전자 스마트폰 최고의 히트작 G3를 내놓은 장본인으로 꼽힙니다.

이전까지 그는 꾸준히 엔지니어의 길만 걸어왔습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카이스트대학원 전기 석사와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전기공박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81년에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가전연구소에 입사한 이후에는 디지털TV 연구소장 상무와 디스플레이제품연구소장 부사장을 맡아왔습니다. 이렇게 그는 LG전자의 탄탄한 연구·개발(R&D)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그러다 2009년부터 MC사업본부로 이동해 스마트폰 분야에 본격 뛰어들게 됩니다. 2013년 사장으로 임명돼 프리미엄 라인업 G시리즈 출시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북미 지역을 집중 공략하면서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내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게 됩니다. 2년 연속 전년 대비 흑자를 기록하며 매출 기준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3위로 올라서게 된 것입니다. 박종석 사장은 LG전자의 화려한 2막을 연 주역이 됐습니다.

그러던 그는 돌연 2014년 말 LG전자 전반적인 R&D 자문을 맡는 ‘최고기술자문역(CTA)’으로 발령나 의문점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LG전자 한 관계자는 “전통 엔지니어인 박종석 전 사장을 통해 그동안 기술력을 충분히 쌓아 온만큼 이제는 영업과 마케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실제 이전에 박 전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 역시도 유사한 의견을 전했습니다.

2014년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지난해 LG전자는 전년 대비 82% 증가한 476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단기간의 수익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무게를 둔 만큼 이제 브랜드 강화를 위해 마케팅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던 것입니다.

이는 왜 그가 LG이노텍의 수장으로 임명됐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계속되는 부진을 거듭해왔던 LG이노텍의 R&D 분야의 혁신을 이끌 인물로 그가 지목된 것입니다. 국내 언론들 역시 인사 소식을 통해 그를 ‘구원 투수’라는 명칭으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LG이노텍 측 역시 “올해 임원 인사는 시장 선도를 위한 미래 성장사업의 육성 가속화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LG이노텍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면서 카메라 및 통신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역시 계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영향으로 오는 2분기 실적 역시 큰 폭의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박종석 사장은 지속적으로 차세대 R&D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즉 현재 LG이노텍의 주축인 스마트폰 부품에 집중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최첨단 소재·부품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LG 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사업과 차량 전장부품의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소재·소자 사업을 새롭게 육성해 중장기 성장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LG이노텍은 당장 오늘과 내일보다는 더 먼 미래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수익 대신 더 넓은 시장을 바라보며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박종석 사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은희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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