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차량 주행감 반영 못해…제재할 수단 없어

▲ 서울에 한 실내운전연습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 (출처=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공동취재팀]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실내운전연습장이 도로 위 무법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전 연습을 할 수 있지만 운전 환경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실제 주행감과 차이가 크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정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실내운전연습장이란 실제 차량을 타지 않고 3차원 시뮬레이션 기계를 통한 가상 프로그램으로 운전 교육을 하는 곳을 말한다. 현재 서울에만 9곳의 업체가 정식으로 등록해 영업을 하고 있다.

실내운전연습 업체들은 일반 운전학원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연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육 시 실제 자동차를 활용하지 않아 보험가입 등이 불필요하고 전문강사의 1:1 코칭이 붙는 수업이 아니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업체들은 특히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화면 내 도로와 건물, 나무 등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실제 도로주행 코스를 탑재했고, 눈이나 비 등 기상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때문에 간편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등을 내세워 운전연수를 필요로 하지만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이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A실내운전연습장 관계자는 “일반 운전학원 가서 코스를 2번 정도 도는 시간에 여기서는 5, 6번 정도 할 수 있어 연습량은 오히려 더 많다”며 “실제 차량을 운행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술이 개선돼 유사성 면에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시간과 비용의 절약’이라는 큰 장점에 업체 측의 말만 믿고 신청을 하지만, 실제로 일부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수 후 차를 끌고 도로에 나섰지만 시뮬레이션 연습 때 겪지 못했던 상황을 다수 맞이하게 되고 주차장 진입이나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골목길 주행 등이 프로그램에는 없어 제한적이다.

최근 시뮬레이션 운전연수를 수강했던 인천에 사는 강지석 씨(27)는 “모니터가 3개나 있고 코칭해주시는 분이 있었지만, 주차장에서 많이 하는 티(T)자형 주차를 할 수 없었다”며 “특히 실제 운전이나 주차를 할 때는 후방을 주시하며 운전을 해야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후방을 보는 기능이 굉장히 단순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무엇보다 ‘사고가 나도 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했지만, 실제로 운전대를 잡으면 택시나 버스 기사들은 인정사정 없이 밀고 들어왔기 때문에 겁도 많이 났고 한 동안 차를 못끌고 나갔다”고 토로했다.

결국 강씨는 시뮬레이션 운전연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로에서 전문가로부터 1:1 지도 연수를 받고 겨우 도로 운전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심지어 기존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시뮬레이션 연수만으로 도로에 내보내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의왕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남)씨는 “운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에 대해 들은 적이 있지만, 높아야 80Km 속력으로 그리고 대부분은 20~50Km의 낮은 속력으로 연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낮은 속력으로 고속도로에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차 고장이나 사고 시의 조치도 제대로 배우치 않은 채로 연습한 사람들과 같은 도로 위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사실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연수를 받았을 때는 옆에 강사가 붙어 실제 도로를 시운전해보며 운전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주고 다양한 요령도 알려줬다”며 “그런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모니터보며 마치 옛날에 오락실 드라이빙 게임같이 연습할텐데 운전은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돼 안전이 가장 중요한 사안임에도 이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사진은 서울에 한 실내운전연습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 (출처=소비자경제DB)

일부 소비자들은 실내운전연습장이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혼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시뮬레이션 기계만 있는 실내운전연습장을 자동차운전학원으로 오인해서 피해를 본 소비자가 업체를 고소해 소송전을 벌인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당시 대법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현행법상 실내운전연습장은 자동차전문학원에 해당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에서는 강의실·기능교육장·부대시설 등 교육에 필요한 시설(장애인을 위한 교육 및 부대시설 포함) 및 설비 등을 갖춰야 자동차전문학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기능교육장과 도로주행교육장에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자동차 등의 시설이 있어야 하며 기준에 맞는 코스의 종류도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실내운전연습장이 도로 위 무법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자동차를 구동하는 운전 전문학원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며 “시간과 비용이 중요하지만 자동차 운전만큼은 등록된 허가 받은 교육기관에서 연수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민철·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