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호신용품 판매량 크게 늘어…구매자 80%가 여성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한 후 여성 호신(護身)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여성호신술을 가르치는 학원에 문의 전화가 늘어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호신용 스프레이와 위급상황을 알리는 경보기 등의 용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신용품이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만큼 사용 시 주의해야 하고, 위급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 숙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사건 관련 장소인 강남역 일대에 위치한 이종격투기, 주짓수 등을 가르치는 체육관에는 수련을 희망하는 여성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 온라인에서 구매 가능한 호신용 가스총 (출처=G마켓)

서울 양재역 인근에서 주짓수 체육관 ‘무브먼트’를 운영하는 임태욱 대표는 “최근 문의전화가 더 늘어났다. 주짓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 같다”라며 “주짓수는 자신의 신체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유술인 주짓수는 남성에 비해 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에게 유리한 호신술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구에서 이종격투기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상민 관장은 “과거에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문의가 많이 들어 왔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안전 목적을 위한 전화가 늘어났다”며 “격투기는 최소 3개월 이상 배우면 여성도 남성을 제압할 정도로 실력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신용품 또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발생한 직후인 18일부터 23일 까지 호신용품 판매가 사건 발생 전주보다 169% 늘어났다.

G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호신용 스프레이 매출이 전주보다 363%, 전년보다 81% 늘었다. 특히 사건 직후인 18일에는 호신용품 전체 매출이 전날보다 600%나 상승했다. CJ몰 같은 기간 또한 700%나 늘었다.

특히 휴대가 간편한 스프레이나 경보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레이의 경우 크기가 10cm 내외라 부담없이 휴대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호신용 스프레이 (출처=옥션)

G마켓 관계자는 “최근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호신용품 구매자의 80% 이상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도 난민의 대량 유입, 집단 성추행 사건 등이 발생하자 호신용품 판매가 급증한 바 있다. 독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칼과 휴대용 경보기, 가스총, 공포탄을 비롯한 각종 호신용품 판매액이 2014년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각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곳곳에는 각 호신용품별 장·단점과 사용법을 게시물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호신용 스프레이와 전기충격기는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효과적인지, 경보기나 호루라기는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 또한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 범죄에 대해 여성 스스로 안전을 지키겠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호신용품 사용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타인의 안전을 위협을 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위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범인에게 빼앗길 경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에 이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신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호신용품은 충분한 연습을 통해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손에 익혀야 한다”며 “상대에게 빼앗길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호신용품은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기’라고 볼 수 있다”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만 활용돼야 한다. 범죄 우려 때문에 전기충격기나 가스총은 특히 총포관리법에 따라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소지허가증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으니 이러한 점은 미리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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