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호구' 아니란 걸 보여줘야...해외 온-오프라인서 지속적 운동 확산 필요

▲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옥시에 국내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불매운동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은 보다 폭넓고 적극적인 운동이 요구되고 있다. (출처=참여연대 제공)

[소비자경제=공동취재팀] ‘살인’ 가습기 살균제 파문으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속적인 불매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여론을 뒤흔드는 해외 업체들의 잇따른 비윤적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얼마 지나면 여론이 잠잠해지는 악순환을 막자는 것이다. 

한국은 ‘옥시 살균제 파문’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판매했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 중 사망자만 103명으로 조사됐고, 5년 만에 이들에 대한 옥시와 유통사 등의 사과와 보상약속 이뤄졌다. 또 검찰 수사에 따른 그동안의 비리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약국, 소규모 유통업체 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영상을 타고 옥시 불매의 목소리는 더욱 빠르게 퍼지며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업체도 옥시제품 판매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이렇게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국내에 한정된 불매운동의 범위와 옥시가 외국기업이라는 점때문에 과거 ‘용두사미’로 끝났던  다른 기업의 불매운동 절차를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옥시는 국내 비상장 기업으로 주가에 큰 타격이 없고, 오히려 이번 일로 인해 구조조정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국내 비상장사’ 옥시…“주가 타격이 없다면, 철수하면 그만”

옥시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국내에 상장한 관련주식이 없는 상태다. 옥시의 모회사는 레킷벤키저그룹 피엘씨(Reckitt Benckiser Group plc)로 런던 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를 구성하는 영국법인 기업이다.

▲ 옥시의 영국본사인 레킷벤키저 그룹 피엘씨는 책임(Responsibility)을 강조하며, 더 나은 사회(Better society)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출처=옥시 영국본사 레킷벤키저 그룹 홈페이지 캡처)

반면 옥시의 한국법인 옥시레킷벤키저는 본사가 전 발행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국내 비상장기업이다.

사실 옥시레킷벤키저는 국내에서 주식회사로 설립됐지만,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발생하자 유한회사로 법인을 변경해 외부감사나 경영실적의 공시의무에서 벗어났다.

때문에 옥시 불매운동으로 인한 제품 판매수익 저하는 분명 시장에서 경쟁사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주가에 까지 큰 타격을 줄 수 없다.

한 증권사의 유통전문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주가 타격이다. 물론 불매운동으로 인한 제품 판매량 감소가 수익과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옥시의 경우 국내 비상장회사로 주가에 타격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옥시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났다면 영국에 상장된 본사 주가에도 물론 큰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그 피해가 국내에 한정돼 일어났고 불매운동이 우리나라에서만 크게 일고 있기 때문에 주가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실제로 FTSE 100 지수에 구성된 레킷벤키저그룹 피엘씨의 최근 6개월 간 주가는 하락은커녕 오히려 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록 지난 2월 한때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후 상승을 거듭하면서 국내에서 옥시 사건 관련 검찰조사와 본격적인 불매운동이 들어간 4월까지도 7,000 파운드(GBp)에 도달하거나 6,750 파운드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다.

▲ 레킷벤키저그룹의 FTSE 100 지수는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과 무관하게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출처= 영국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 캡처)
▲ 레킷벤키저그룹의 종가에 기초한 시장실적 역시 꾸준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출처= 영국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 캡처)

종가에 기초한 주식시장에서의 실적 역시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 수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공식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한 5년전부터 104.13%나 증가했다.

결국 국내에서 아무리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지라도 영국본사는 주가 타격에 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지사는 주가 상장이 돼있지 않다면 ‘철수하면 그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 옥시에겐 오히려 ‘구조조정’의 기회될 수 있어

옥시는 자사 생산제품으로 인해 100명이상의 소비자가 사망하는 ‘인재’를 발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190년 전통의 영국 내 생활용품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본사인 레킷벤키저는 지난해 전세계 1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위 그리고 2015 세계경제포럼에서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기업에서 7위에 선정됐다.

특히 60여 개국 지사에 3만 6000여명의 직원을 두고있어 그 명성과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에서의 논란은 기업 입장에서 근심거리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레킷벤키저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법인과 국내 유통사 및 연구소 그리고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처까지 얽혀있기 때문에 영국본사에서 받아들이는 심각성이 국내에서 생각하는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본사 측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자사 매각 및 국내 철수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한 외국계 기업의 전 관계자는 “옥시는 어차피 외국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계열사에서 실적악화나 기타 문제가 발생한다면 철수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구조조정 해버릴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며 “옥시가 다국적기업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불매운동 등으로 판매하락을 겪더라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이득도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옥시가 현재 이번 사태로 인한 구조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그런데 사실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당하다. 우선 인건비가 절감돼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점진적인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어왔던 두산그룹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올해 1분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상이 부실 외국법인이나 계열사라면 그 효과는 더욱 클 수 있다.

이에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이끄는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무고한 노동자들까지 구조조정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남양유업사태 때도 불매운동을 하다가 오히려 대리점 점주들에게 더 피해가 돌아가는 상황이 생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구조조정을 당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국제연대팀을 구성해 외신 쪽을 통해 이번 사건을 폭넓게 알리는 방식의 필요성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 ‘용두사미’ 불매운동이 되지 않으려면…

실제로 옥시의 사례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과거부터 다수 발생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소비자들은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반짝’ 여론을 조성하며 해당 업체들은 사건 발생 후 몇 년이 지나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또 다른 제품을 버젓히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농심의 라면 중 6개 제품의 라면스프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당시 식약청이 벤조피렌에 대한 별도의 허용 기준이 없어 농심 측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식품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비난과 농심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에 국내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농심 제품 회수조치가 취해졌다. 소비자들도 ‘농심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며 농심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농심은 지난해 58.6%의 라면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또 동서식품은 지난 2014년 일명 ‘대장균 시리얼’로 소비자들에 큰 비난을 받은 기업이다. 식약처가 동서식품의 자가품질검사 결과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등의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됐다고 발표했고 잠정 유통 판매 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다음 아고라 등을 중심으로 동서식품에 대한 비난여론이 조성됐고 대장균 시리얼로 시작했던 불매운동은 점차 전 제품으로 확대됐다. 특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동서식품 시리얼 전 품목 판매중지에 나서기도 했지만, 농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불매운동도 대기업을 막지는 못했다.

심지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리얼 광고를 통해 신제품을 홍보했고 문제가 됐던 시리얼 제품들도 반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시장에 출시됐다.

이번 옥시 사태는 ‘외국기업’과 ‘국내 비상장 기업’이라는 보다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사망자가 나왔고, 국민들이 터트리는 울분은 과거 다른 소비자피해에 비해 배가 될 정도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옥시 영국 본사를 방문해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정작 옥시 영국본사의 주가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고, 전 세계 소비자들 중에는 아직 한국 소비자들이 옥시로부터 겪은 피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이번 일이 우리의 동참과 관심없이 흐지부지하게 끝낸다면 피해자들이 같은 국민들에게 받을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한국 소비자들의 소극적 태도에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외국기업의 입꼬리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때문에 현재 확산되고 있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파급력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번 불매운동이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전국민이 의견을 모아 외국 소비자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리고 무엇보다 ‘유명한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 옥시 불매운동의 파급력있는 확산과 대책마련을 위해서는 유명인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유명인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월드스타 싸이 (출처=청와대,UN 웹티비 페이스북,PSY페이스북)

임 총장은 “불매운동은 민간영역이고 결국 소비자들이 찬성해서 본인들이 행동해야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향력 있는 분들이 나서서 해준다면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며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며, 지금과 같이 잘못한 것이 발견됐을 때 이를 시인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문화 조성이 어렵다면 강제적으로 손해배상이나 징벌체계를 통해 기업들이 자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이런 체계가 한국사회에 구축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의해서만 기업의 잘잘못을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참여연대 관계자 역시 “보다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는 국내 유명인사들이 이번 옥시 사태를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전세계에 알리는 방법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민철·이지연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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