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화장품 점원, 택시기사 무방비 노출 심각

▲ '오픈도어'를 추구하는 화장품 가게의 직원들과 택시기사들은 미세먼지와 황사가 극심한 날에도 일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다.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미세먼지와 황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심각성을 알고도 일을 위해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명동, 강남역 등 번화가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의 점원들은 미세먼지와 황사 주의보가 발령된 날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로 고객들에게 원활한 제품안내를 돕고, 항상 단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과 마스크는 업무에 ‘방해’가 될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일부 화장품 회사의 본사 측에 확인한 결과 호객을 하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 고객들에게 제품설명을 해야하고 항상 예쁘게 보여야 하는 화장품 가게 점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이란 암묵적 금기다. (위 사진의 점포와 인물은 해당 기사와 상관없습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극심한 날이라도 각 지점별로 그리고 사원들 스스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사실 마스크를 끼는 것은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마스크는 미세먼지나 황사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착용하기도 하지만, 감기에 걸려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염시킬 수 있는 경우나 성형이나 부상으로 인해 얼굴에 문제가 있을 때도 마스크를 낄 수 있다. 때로는 마스크 착용이 범죄자들이 얼굴을 은폐하는 도구로도 사용돼 부정적 이미지도 있는 물건이다.

무엇보다 말을 많이 해야 하고 고객을 맞이하는 영업직으로서 마스크 착용을 통해 ‘당신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기 싫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암묵적 규정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이는 비단 화장품 가게 점원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원하면 어디든 달려가야 하는 임무 때문에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지역으로 가는 일도 마다할 수 없는 택시 운전기사들의 고충은 더하다.

▲ 택시기사들은 마스크를 끼면 승객들이 두려워할 위험이 있어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 날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 유성구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이 모(53)씨는 지난 24일 대전의 미세먼지 농도가 시간당 최대 319㎍/㎥까지 오르는 등 대전 전 지역이 미세먼지에 있어 ‘매우 나쁨’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과거 택시를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승객들은 택시를 탈 때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평소에도 그렇게 경계심이 느껴지는 데 만약 마스크라고 꼈다면 아마 택시에 다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세먼지가 심하면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면 된다고 하지만, 우리 나이에 계속 에어컨 바람 맞으면 미세먼지 만큼 건강에 나쁘기 때문에 문을 열 수밖에 없다”며 “그러기 위해 마스크가 필요하긴 한데,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뗀 채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미세먼지와 황사의 경우와는 다르게 전염성이 있는 경우 택시기사들에게 마스크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이씨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5~6월경 메르스 바이러스가 한창인 시기, 마스크를 쓰면 무섭다며 승차를 하지 않으려 하거나 마스크를 또 쓰지 않으면 메르스가 퍼질 수 있는 데 왜 쓰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승객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미세먼지와 황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답변은 바로 외출자제와 마스크 착용이다.

그만큼 마스크는 대기오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사회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며 미세먼지와 황사에 노출돼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사실 회사 차원에서 가게 앞에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쓸 것을 권하고 있으니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양해부탁합니다’라는 피켓 하나만 걸어줬으면 좋겠다”라며 “직원이 건강해야 가게에게도 좋은 것일텐데 화가 난다기 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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