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병원 비중 10%에 그쳐…“이익보다 부작용 클 것”

▲ 현행법상 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비영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5월 임시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상정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쟁점 법안인 ‘의료 민영화’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지난 2011년 12월 이명박 정권 당시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추진됐지만 국민과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문가와 시민들단체들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사실 보건복지부와 관련된 법안이 아닌 대형병원 및 의료산업 기업들과 관련이 깊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민감한 정책에 대해 지난 24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대한의사협회 정기 대의원총회 축사에서 "의료 영리화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 ‘의료민영화의 우려가 크다’며 보건·의료 분야는 제외하자는 국민의당 당론을 거듭 강조했다.

서비스법의 핵심골자는 비영리 목적을 가진 의료법인 등이 영리사업이 가능한 자회사를 설립하고 호텔, 장례식장, 요식업 등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는 비영리병원을 원칙으로 하는 국내 병·의료계에 ‘영리화’라는 대변화의 서막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역시 서비스법에 의료 분야를 포함하게 되면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새누리당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야당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의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보건·의료 분야가 서비스산업에 포함되면 의료 민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여당은 서비스법에 의료 민영화에 대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가 서비스법이 핵심인 만큼 제외할 수 없다며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서도 시장경제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의 자격 범위는 의사,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으로 제한된다. 의료법에서는 의료진과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이 의료행위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지 못하도록 명문화돼 있다.

즉 법률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의료 영리화가 추진될 수 없는 셈이다.

네덜란드나 싱가포르처럼 의료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해외 사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유럽 선진국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60%에서 많게는 95%까지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10% 이하에 그친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의료 영리화가 됐더라도 공공부분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공공병원이 극소수인 상태에서 의료 민영화가 이뤄지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병원을 시작으로 ‘서열화’ 될 가능성이 크다.

실력 있는 의사들은 모두 영리병원으로 이동하고 값비싼 의료기기와 질 좋은 서비스를 내세워 막대한 비용의 치료비를 요구하게 된다.

값비싼 영리병원의 치료비는 국민의료보험이란 이름으로 부담이 돼 돌아오고,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으로 나뉘어 의료이용 계층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건·의료 분야가 민간 영역에 들어가면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공급자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행위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닿아있는 의료업이라면 이는 마땅히 저지해야한다는 것이 대다수 보건단체들의 입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관계자는 “보건·의료가 서비스법에 포함되는 것은 명백한 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라며 “나아가 사회공공서비스에 대한 공공 규제가 모두 허물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의료기관 영리자회사,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의료취약지 일부 원격진료 허용 등 최근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도 의료 영리화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영리자회사 허용은 외부투자와 배당을 허용하게 하고,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는 결국 민간보험사가 병원을 지배하는 사태를 가져올 것”이라며 “병원의 비영리 원칙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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