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계약까지 안심할 수 없어…정부 금융 지원책 함께 이뤄져야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수주 특수를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기업이 현지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의 가시적 성과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본 계약 체결 전까지는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며,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도움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내달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서 철도·댐·석유화학플랜트·병원 등 대규모 기반시설 공사에 관한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약칭 MOU)와 가계약 등을 체결할 예정이다.

▲ 대림산업이 시공해 2009년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정제 플랜트. (출처=대림산업)

현재 실무 단계에서 논의 중인 프로젝트 환산액만 해도 130억 달러(14조8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을 통해 협의가 잘 마무리되면 최대 200억 달러(22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란 알와즈와 이스파한을 잇는 49억달러(5조6000억원) 규모의 철도공사와 20억달러(2조2800억원) 규모의 박티아리 댐·수력 발전 플랜트 공사에 대한 가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36억달러(4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스파 12단계 확장 공사’에 대한 기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대우는 이란 최고 명문 의과대학인 시라즈의과대학 1000병상 규모 병원 건립에 나선다.

그러나 최근 이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이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 계약 전 단계인 MOU, 가계약 등을 맺은 상태이므로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MOU란 정식 계약 체결에 앞서 관련 내용에 대한 문서 합의를 의미한다. 국가뿐 아니라 국가기관 사이, 일반기업 사이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MOU를 체결하는 목적은 프로젝트 관련 양해 사항을 확인하고 기록하며, 본 조약이나 협정을 앞두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가계약 또한 정식 계약 전에 맺는 임시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MOU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들 계약은 공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에 엄연히 결렬 리스크가 존재한다. 특히 기업 사이에 합의해서 작성하는 양해각서는 주로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즉 프로젝트의 본 계약이 아닌 가계약을 비롯, MOU 수준의 프로젝트는 최종 수주계약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됐던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MOU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MB정부 당시 투자유치 MOU는 총 12건 체결됐는데 그 중 반에 해당하는 6건이 투자가 아예 철회되거나 체결된 지 7년이 지나도록 유보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MOU 체결 단계다보니 본 계약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MOU를 맺었다고 해도 발주처와 협상 과정에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프로젝트가 취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본 수주계약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이란 발주처와의 협상을 적절히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프로젝트와 관련된 금융 조달 문제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스파 4·5단계 프로젝트 전경 (출처=현대건설)

이란의 발주처들이 시공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연계해오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아직 국제사회로 복귀한 지 3개월 가량 밖에 되지 않아 재원이 부족한 상태며, 최근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오일머니가 줄어들고 있어 건설사들이 금융을 끌어오는 역할까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나 수출입은행 등의 정책금융기관에서 금융 지원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총 550억 달러(약 66조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고, 일본 역시 이란과의 투자협정을 통해 100억 달러 규모의 신용융자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호 대한건설협회 과장은 “이란이 경제제재가 해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결국 국내 건설업체가 금융 조달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면 본 계약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이나 일본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자금 조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명관 해외건설협회 지역2팀장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후 성과가 가시화 되려면 건설사들의 안정적인 금융 조달이 필수다. 이는 다른 이란 진출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며 “시중은행은 해외 수주에 대한 리스크를 기피하는 경향이 크므로 결국 정부 차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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