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춘호 회장, 품질에 대한 고집이 만든 독보적 브랜드

▲ 농심 신춘호 회장 (출처=농심)

[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라면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라면만큼 대중적이고 오랜 시간 사랑 받는 음식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라면 시장 1위는 변함없이 ‘농심’입니다. 개별 브랜드로는 단연 ‘신라면’이 으뜸입니다.

올해로 농심은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농심의 신춘호 회장이 농심의 뿌리가 됐던 롯데공업을 설립했던 1965년, 라면은 그다지 수익성 있는 사업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 회장이 라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 큰형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에게 논의를 했으나 그의 형은 “한국은 아직 간편식이 수용될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며 반대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라면 시장에는 너무 많은 경쟁사가 있었습니다. 7~8개 경쟁사에 유통망을 얻기 힘들었고 당시에는 ‘삼양라면’이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삼양라면은 점점 잊혀지고 소비자들에게는 농심의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이 깊숙이 자리잡게 됐습니다. 최근엔 짜왕 열풍까지 일었던 바 있습니다.

농심이 라면계 부동의 1위를 굳히게 된 것은 신춘호 회장의 경영 철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신 회장은 품질향상을 통한 차별화로 브랜드 이미지를 뚜렷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 믿었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어렵던 60년대 초반부터 품질향상을 통한 차별화를 강조했다는 점은 신 회장의 안목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신 회장이 품질의 중요성을 느꼈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 쌀장사를 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는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해 시장에서 쌀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가을 추수기에 쌀을 구입하고 이듬해 봄에 파는 장사를 시도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쌀의 품질이 변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 농심 라면들 (출처=농심)

품질관리, 히트 상품 개발 등 차별화와 브랜드 이미지 확고화로 1985년 처음 라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너구리와 육개장사발면(82년), 안성탕면(83년), 짜파게티(84년)와 같은 상품이 줄줄이 출시된 것이 1위 확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상품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국민 라면 신라면은 1위 이후 다음 해인 1986년에 나왔습니다. 신라면의 등장으로 농심은 라면 시장에서 독보적 브랜드로 굳어졌습니다.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50%내외를 유지하고 있고 신라면의 위상은 여전히 흔들림 없습니다. 올해 라면 시장에서 2위부터 5위까지 순위 변동이 있었지만 신라면 만은 1위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초반기 인기를 끌어가지 못한 삼양라면과 대조적입니다.

신 회장은 84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연구개발팀 연구실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짜장라면의 혁신을 일으켰던 짜왕의 개발 과정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굵은 면 개발 과정에 연구팀이 쌀가루에서 원가부담을 느껴 묵은 통일미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에 신 회장은 불호령을 내며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신라면이 30년간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여기에 있습니다. 신춘호 회장이 둘째 형과 운영하던 롯데를 나와 라면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차별화에 대한 신 회장의 남다른 고집 때문입니다. 롯데껌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확대에 집중해 매출을 늘리자고 하는 형과 달리 그는 품질을 높여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좋은 재료, 좋은 품질, 좋은 서비스를 지향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라면에서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 신라면 같은 브랜드를 얻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신라면화 된다면 소비자는 의심 없이 소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도 좋고 소비자도 좋은 그것이 오늘날 진정한 상생의 길로 보입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