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피하려고…업계 “최저가 낙찰제도 손봐야”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최근 정부가 입찰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SK건설과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담합’이라는 대형건설사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현행 제도 하에서는 담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최적가치 낙찰제도를 도입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포항영일만항 남방파제 공사입찰의 담합 행위에 대해 건설사 3곳에 11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달에는 포항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5곳의 건설사에 134억원 규모의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는 과징금 뿐만 아니라 정부가 법적 대응에 직접 나서면서 아직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건설사들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국고손실 환수송무팀을 본격 운영하면서 이러한 소송 제기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담합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저가 입찰에 대한 손실을 만회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전에 관계자들이 서로 입을 맞추면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고, 수익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선에서 공사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담합이 적발돼 받는 공정위 과징금보다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높다는 측면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이는 케이스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징금을 내는 것보다 이익이 더 많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담합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최저가 입찰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급공사 입찰 시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건설사가 사업 주최로 선정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건설사간 과당경쟁으로 업체들이 마진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가 이하로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최저가 기준이던 공공공사 입찰 기준을 ‘최적가치 낙찰제도’로 전환해 입찰·계약 비리를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적가치 낙찰제란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나 용역·물품을 계약할 때 입찰가격뿐 아니라 시공품질 평가 결과와 기술력, 시공 기간, 제안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3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 최적가치 낙찰제로 입찰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며 “제도가 개선된 만큼 입찰, 계약 비리가 근절되고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이 이어지는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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