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제도로 유업계도 낙농계도 답답해

▲ 마트에 쌓여 있는 우유

[소비자경제=이성범 기자] 우유의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데 생산량에는 변화가 없어 창고에 우유 재고만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13일 낙농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다 사용하고 말려 보관하고 있는 분유 재고가 매달 20만 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월을 기준으로 분유 재고는 26만2659톤이었다.

지난해 9월(18만7664톤)보다 40% 늘어난 양이다. 분유 재고량은 2014년 11월에 20만 톤을 넘기고 1년 넘게 그 양을 지키고 있다.

2014년 원유 생산량은 221만4000톤이었다. 2013년보다 5.8% 많아진 양이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수요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 르면 가구당 우유 월평균 구매액은 올해 2분기 같은 기간의 2012년보다 16.3% 감소했다.

우유 재고가 급증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다. 2010년부터 2011년은 구제역으로 전국의 젖소가 10% 정도 도축돼 우유가 모자라는 사태도 발생했다.

정부는 이후 원유 생산량 증대를 위해 시장에 개입했고 유업계도 생산 농가에 증량을 요청했다. 이것이 결국 우유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낙농가는 젖소를 도축하는 등 생사량 줄이기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1월부터 젖소 5400여마리에 대한 도축을 진행했다. 이어서 낙농진흥회도 지난 3월 젖소 3633마리를 도축하기로 했다. 이밖에 전국 16개 낙농 조합도 지난달 젖소 3800두 도축을 결정했다.

그 결과 올해 9월까지 젖소 도축 두수는 5만1315두로 지난해보다 무려 38.6% 늘었다. 원유 생산량도 166만379톤에서 164만6475t으로 1만6604톤 줄었다.

또한 낙농진흥회는 '연간총량제'를 이달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연간총량제는 원유 부족 시기에 농가의 원유 생산 확대 독려를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농가별 우유 생산 할당량을 두고 이를 초과해 생산하면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지만 우유에 한해서는 초과 생산분에 대한 차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유업체에서는 발효유·가공유 등 신제품 출시와, 제품 할인 등 판촉활동 강화를 통해 살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재고가 점점 늘어도 우유 값이 내려가지 않는 것은 원유가격연동제때문이다. 유업계와 낙농계간에 원유 가격으로 인한 대립을 막기 위해 가격을 정해놓은 것이다.

제도 도입 이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원유값은 계속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와 오래는 수급상황으로 원유값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우유 재고가 심각한 상황에서 가격을 동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농수산식품부는 외국사례 등의 벤치마킹을 통해 개선 사항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이성범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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