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18만여명의 관심은 어디로…내년엔 파급력 커질까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800조원 규모의 돈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금융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계좌이동제’. 시행 초반에는 무려 18만명이 전용 사이트에 접속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시행 10일이 지난 현재, 계좌 변경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내년부터 개인 간 자동 송금이 가능해지고 청구기관이 늘어나는 등의 제도가 보완되면 소비자들의 더 큰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첫 날만 반짝, 대규모 머니무브는 없었다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다수의 자동이체 건을 신규 계좌로 손쉽게 연결해 주는 시스템으로, 금융결제원의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해서 변경할 수 있다.

당시 관련 전문가들은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주거래은행 선택권이 확대되고 수십건에 달하는 자동이체건수를 간편하게 옮길 수 있어 소비자들은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계좌 이동제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달 30일에 계좌이동 사이트인 페이인포에는 한 때 18만명의 접속자가 몰릴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왔다. 오전 9시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당시 ‘페이인포’ 사이트는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면서 호기심으로 접속한 네티즌과 실질적으로 거래은행을 옮기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다.

소비자들은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첫 날에만 자동이체 변경이 2만3000여건, 해지한 경우는 5만6000여건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행 10일이 지나면서 계좌이동 신청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1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시행 둘째 날부터 접속자수가 뚝 떨어졌고 해지와 변경도 각각 1만3609건, 1만1470건으로 감소했다.

현재는 이동 신청이 하루 5000여건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우려했던 800조원대의 ‘머니무브’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기에는 고객의 대거 이탈이 예상됐지만, 현재는 계좌이동 열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이 우려했던 것에 비해 큰 파장을 불러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이유는

예상보다 소비자 반응이 뜨겁지 않은 것에 대해 업계는 아직까지 주거래 계좌의 이동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복 거래를 하는 고객들이 계좌를 통합하고 불필요한 계좌를 정리하려는 문의가 많았던 반면, 본격적으로 주거래 은행을 바꾸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계좌이동으로 얻는 혜택이 당초 소비자 기대에 크게 부흥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내놓은 상품 구성이 대체로 비슷한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은 굳이 계좌를 옮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자동이체 계좌변경 건수가 하루 5000건 내외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페이인포 접속자 수와 계좌 변경 신청 건수가 처음보다 줄어들었지만, 일 평균 5000건 정도 계좌변경 건수가 유지되고 있고, 이제 막 제도가 시행된 점을 감안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내년에는 주목받을까…자동 송금·납부 변경 가능

은행권은 계좌이동제가 계속되는 만큼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긴 이르다고 보고 있다. 아직 계좌 이동이 가능한 금융회사는 16개 시중은행에 불과하며, 또 관리비와 인터넷 요금, 도시가스 사용료, 개인 간 송금 등은 아직 계좌 이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계좌이동제도는 자동납부 변경 및 고객 동의자료 보관이 가능토록 한 것으로 지난 7월 이뤄진 자동납부 조회·해지 관련 계좌이동서비스에 이은 두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내년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자동송금 조회·해지·변경을 할 수 있고, 6월부터 전체 요금청구기관에 대한 자동납부 변경이 가능하고, 비대면계좌개설 허용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등으로 온라인상에서 계좌를 신규로 만들 수 있게 되므로 계좌이동제의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직 온라인상에서 신규 계좌 개설이 되지 않고 있어 눈에 띄는 고객 이탈 현상은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 간 자동 송금 개시 등 계좌이동제가 전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자동납부에 이어 2월부터는 개인 간 자동 송금을 할 수 있고 은행지점에서도 계좌이동제 신청이 가능해진다. 계좌 이동이 가능한 금융기관 수도 역시 확대될 예정이므로 현재보다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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