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모처럼 온 호황인데...’ 울상

▲ 한 신규 아파트 견본주택에 상담을 받으러 온 내방객들로 가득찬 모습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위험성 점검에 나서면서 신규 분양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모처럼 찾아온 주택경기 호조세가 꺾일 것을 걱정하고 있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집단대출 심사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최근 주택시장이 열기를 띄면서 과거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재현될 것을 의식해 직접 규제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KB국민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90조2946억원으로, 지난 4월 이후 6조2494억원 늘어난 수치다. 증가폭 역시 가파른 상태다. 지난 7월 8577억원에서 8월 1조4841억원, 9월 1조9993억원으로 집계됐다.

▲ 그래픽=정명섭 기자 (출처=금융위원회)

그러나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의 호조세가 꺾일까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선만큼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중은행의 사업 참여 감소로 이어지고 대출 금리가 상승하게돼 결국 신규분양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나섰으니 은행권의 집단대출 심사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자금 수급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신규 분양사업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업성이 더 낮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집단대출 부실우려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오히려 내수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출 창구를 줄여 이자율이 올라가면 수요자 부담 가중으로 미분양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한국주택협회 임채금 대리는 “대출 규제로 인해 시중은행이 사업 참여를 꺼리게 되고, 소비자들은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의 높은 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시장마저 침체되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에 대출 규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이 이와 맞물리게 되면 어떤 이슈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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