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경영 감추려다 ‘화’ 불렀다

▲ 대우조선해양 본사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27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 전 예상대로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1조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9조 2916억원의 매출액과 4조 3003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손실 예상액은 3조 8275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4.1%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국내 빅3 조선업체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실적은 가히 충격적이다. 내외적으로 불안요소들을 품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진 원인을 짚어봤다.

◆외부적요인-日/中의 성장...국내 조선업 자체가 하락세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국내 조선사들의 불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의 본격적인 실적부진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포착됐다. 해운 시장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사업 발주가 사라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국내 10대 조선사 중 8곳이 적자를 기록하며 존폐위기에 놓일 만큼 조선업 전체의 위기로 치달았다. 그나마 빅3로 불리는 현대/삼성/대우조선만이 흑자구조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흑자였지만 올 1분기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8년여 만의 일이었다.

▲ 3분기 실적 (연결기준) 자료=대우조선해양 홍보실

현재 채권관리를 받고 있는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 기반을 담당하는 중소업체들의 몰락은 결국 중국 조선업체들이 국내 영역을 침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그 침범에 대한 결과들이 상대적으로 큰 빅3 업체 실적에서 이제야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일본과 중국의 성장세는 무서웠다. 일본은 한국에 조선업계 1위 타이틀을 내준 뒤 절치부심, 현재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엔저(低)가 있다.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이 16년 만에 일본 내 신규 도크를 짓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중소형 컨테이너선 및 소형 유조선 시장을 야금야금 차지하더니 결국 시장을 점령했다. 또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해양플랜트 설비 등을 제외한 대부분 선종에서 빅3업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한국 조선사들이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내부적 요인-수조원대 손실 은폐...거액 장기채권까지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내부적인 문제로도 실적악화를 키웠다. 중국과 일본의 공세 속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손실을 입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생각보다 심각한 실적악화를 기록하지 않으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뒤늦게 수조원대 손실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 심한 역풍을 맞게됐다. 2조원대 손실을 숨겨왔다는 언론보도에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급락했다.

수조원대 손실을 숨겼지만 내상을 치료할 체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실을 감추기만 했을 뿐 제대로 된 극약처방을 실시하지 못했다. 손실은 그동안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지난 국감 때는 수조원대 손실이 해양플랜트부문 손실 이전부터 생긴 것이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상선부문에서 거액의 악성채권을 갖고 있다는 것.

2011년 9월 기준 계상된 대우조선해양의 장기매출채권 1조 6320억원은 만 3년 3개월이 경과한 2014년 12월에도 미회수 잔액이 1조 604억원이나 됐다. 이는 해양플랜트 손실에만 관심이 집중돼 지금까지 부각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장기매출채권의 경우 채권의 회수가능성을 따져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인도일로부터 3년 거치 후 12년 분할상환조건, 3년 만기 일시납 외 4년 분할 상환조건 등의 방법으로 마치 받을 수 있는 채권인 것처럼 꾸며 대손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았다.

동종 업계인 삼성중공업은 장기매출채권 비중을 매출액대비 2% 정도로 관리하고(대우조선해양은 약15%), 장기매출채권에 대하여는 100%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3년이 초과한 매출채권 등은 대손충당금을 100% 쌓도록 하는 기준이 있지만 이를 피해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과 같이 조건변경을 하지 않고 바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경우에는 추가로 5855억원을 적립해야 한다. 2011년 시점에서 엄밀히 본다면 최소 1조604억만큼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설명이다.

▲ 세계 최초 천연가스 추진 컨테이너선인 ‘이슬라벨라’호의 시운전 모습.

◆자생적 구조조정 진행돼야

대우조선해양은 27일 오전 노조가 결국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본격적인 정부지원 절차를 받게 된다.

KDB산업은행은 이미 지원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노사의 동의가 이뤄진 만큼 4조 원대 규모로 알려진 정상화 지원 방안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대우그룹이 해체할 당시 전신인 대우중공업이 바로 정부의 지원으로 살아남은 케이스다. 당시 지원금은 3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지원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자생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지난 정부지원 때 대우조선해양은 ‘공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경영진이 책임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면서 “지원과 함께 제대로 된 새 주인을 빠른 시간에 찾아 회사 스스로 자생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측은 현재 생산 공정과 영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4분기 실적회복을 자신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채권단이 계획하고 있는 유동성 지원만 원활히 이뤄지면 4분기부터는 실적도 개선되는 등 경영 정상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선과 LPG선 등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내년부터는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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