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법적으론 문제 없어보여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삼국지PK’라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만 게임회사 이펀컴퍼니가 대만에 비해 한국에서 유독 과금을 높게 책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부처는 불법이라고 단정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평소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김 씨는(27·여)는 삼국지PK라는 게임을 우연히 접한 뒤 한순간에 매료됐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소설 삼국지의 등장인물을 직접 게임 상에서 육성하고 조종할 수 있어 푹 빠졌다.

그러나 몇 개월 간 게임을 즐기던 김 씨는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만 서버와 한국 서버간의 ‘금화(사이버 머니)’ 요금에 차이가 있었던 것.

게임 내에서 각종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사용되는 금화는 현금으로도 구매 가능한데, 대만에서는 99.99달러로 6300금화를 구매할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금액으로 3000금화밖에 얻지 못해 대만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대만에 비해 2배 비싼 한국의 금화 요금

의아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통 스마트폰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급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이벤트를 종종 여는데, 이펀 측은 이 마저도 대만과 한국에 차별을 뒀다.

대만에서는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반면 한국에서는 8월 20일부터 23일까지로 이틀 짧았다. 이벤트 기간 동안 게임 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상자의 개수도 한국(27개)이 대만(80개)에 비해 훨씬 적었다.

▲ 이벤트 기간, 선물상자 개수도 차별을 뒀다.

김 씨는 “처음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금화를 구매한 사람으로서 너무 기분 나쁘다. 미리 차별에 대해 알았다면 금화를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IKEA)도 다른 나라 보다 국내에서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펀도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겠다는 속셈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체 측은 문제 제기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들어 해명했다. 먼저 대만과 중국의 실질적인 월 소득이 낮은 이유였다.

업체에 따르면 대만의 경우 4년제 대학 졸업이후 월 소득이 130~150만원이며 중국의 경우는 80~100만원으로, 한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 금화 비율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뒀다고 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는 것이었다. 콘텐츠 소모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한국에서는 게임의 수명이 더 짧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자사 게임 서비스를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 금화부분에 있어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대만서버의 경우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간의 차이가 심해 무과금 유저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금화비율을 낮췄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이용자들이 게임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외국 게임사가 국가별로 요금을 다르게 정한 것은 회사 고유의 정책이므로 이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대만 게임사가 나라별로 가격 차별화를 두는 것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가격이 국가마다 다르게 책정되는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 업체 간 담합 등의 불법 행위가 적발되지 않는 이상 규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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