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면세점 오직 'Duty refund'라면서 일부는 사전면세 허용해?

▲ 싱가폴 공항의 tax refund 창구 (출처= 구글)

[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정부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사전면세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사후면세점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관광객들의 면세점 혼동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지정된 사후면세점에서 일정 한도 이내의 경우 사전면세점과 동일하게 현장에서 면세혜택을 적용하는 사전면세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사후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은 3만 원 이상의 경우 10%의 부가가치세와 5~20%의 개별소비세를 공항에서 환급받아야 했다.

정부가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관광객들의 면세점 쇼핑을 편리하게 해 중국 대 명절 중추절을 맞아 메르스 사태로 일본에 빼앗겼던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遊客)를 한국에 다시 유치시키겠다는 계획에서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1만7031명이었으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후인 6월은 31만5095명으로 급감했다. 반면에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5월 38만7170명으로 국내 관광객보다 적었으나 6월에는 46만2300명으로 한국을 추월했다.

더욱이 이달부터 다음달은 메르스도 이미 종식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주요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이어져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역전당한 요우커를 다시 원위치 시키는 최적의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전면세제도는 일본에서는 상용화돼 실행 중인 제도다. 일본은 지정된 물품을 면세점에서 구입할 경우 즉석에서 8%의 소비세 면세가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일본의 편리한 면세 쇼핑으로 요우커가 돌아설 불안감도 반영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이 지난해 10월 사전면세제도를 본격화한 이후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913만99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배 증가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과 한국의 메르스 사태도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면세 정책도 그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국세청은 일부 사후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Tax free’를 칭하며 바가지를 씌우는 등 소비자 기만행위를 해 사후면세점의 명칭에 대한 규정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명동, 신촌, 종로 등 요우커가 많이 찾는 곳에서 ‘Tax free’를 칭한 악덕 면세점 사업자가 늘어나면 한국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세청은 관련 내용에 대해 당일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개별소비세 특례규정 고시’를 개정하고 이를 관보에 올렸다. 바뀐 고시에 따르면 사후면세점은 더 이상 ‘무관세(Duty free)’ 또는 ‘면세(Tax free)’등의 용어를 쓸 수 없게 됐다. 그 대신 ‘세금 환급(Tax refund)’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 면세점으로 많이 알려진 ‘Duty free’나 ‘Tax free’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워커힐면세점 등 관세청 허가를 받은 사전면세점에서만 쓸 수 있다. 사전면세점은 관세청 허가를 받은 면세점이며 사후면세점은 관세청에 등록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하며 상품 구매 후 나중에 세금을 다시 돌려받는 형태의 면세점이다.

관세청이 사후면세점에 대한 명칭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후면세점에도 일부 사전면세점의 혜택을 주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에 따라 면세 시장에 외국인 관광객의 더 많은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사전면세제도에 관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구성 중이다. 일본이 진행하고 있는 형식을 따를지 국내에 전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을 반영해 다음달쯤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추절과 국경절을 앞두고 정부와 업계들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면세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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