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수기. 정수기는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얼음과 함께 물을 마실 수 있는 인기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수기의 경우 부실 설치되거나 연결부위의 부품결함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누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수기 누수로 윗집·아래집 피해...보상은?

#세종시에 거주하는 주부 A씨의 천장에서 최근 물이 새기 시작했다. 이유는 한달 전쯤 윗집으로 이사 온 세대가 정수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윗집 세대 주부 B씨는 쿠쿠정수기 제품을 설치해 한달 간 사용 중이었다. 문제는 이 정수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누수가 시작됐고 결국 아래 집 천장에까지 물이 새기 시작했던 것.

▲ 소비자 A씨 집 천장 모습. 누수로 인해 곰팡이가 펴 있다.

A씨는 “계속된 누수로 천장에 곰팡이가 피고 오물냄새까지 더해지며 고통스럽다”며 “아이들 비염까지 심해져 빨리 처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씨는 “갑자기 아래 집에서 물이 샌다고 해 바닥 보일러 배관이 터졌다고 생각했다”면서 “설마 정수기 때문에 천장에서 물이 떨어질 거라곤 생각 못했다”고 밝혔다.

B씨의 집도 엉망이 됐다. 누수된 물은 B씨 주방바닥을 침투했고 눅눅해지는 모양새를 띄기 시작했다.

정수기 업체 쿠쿠 측은 “이번 누수피해는 원수 수도배관 어댑터 부분의 연결부위가 미흡해 생긴 사고”였다면서 “설치담당기사가 너무 세게 부품을 조이다 보니 내부패킹이 훼손된 것 같다. 부품자체의 결함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손해사정사와 함께 A씨와 B씨 집의 피해규모를 산정, 협의 후 보상할 예정”이라며 빠른 처리를 약속했다.

◆정수기 누수, 사례 ‘다양’...보상은 ‘미흡’

위 사례의 제보자들은 다행히 업체로부터 적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례의 다양성에 따라 업체 측으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C씨는 정수기 누수가 발생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C씨는 D사 정수기를 1년 이상 사용했었다. 그러다 최근 정수기 누수가 발생하면서 벽지에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 업체 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C씨가 거절당한 이유는 제때 정수기 점검을 받지 않았다는 것. D사 관계자는 “지난 4개월 간 정수기 점검을 위해 C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매번 부재 중이라 점검을 할 수 없었다”며 “C씨의 책임으로 점검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누수에 대해 100% 우리가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 싱크대 아래 설치되는 언더싱크 정수기

또한 요즘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직수형 ‘언더싱크 정수기’에 대한 피해도 있다. 언더싱크는 정수기 업체가 관리해주는 것이 아닌 구매자가 직접 필터도 교체하고 관리하는 방식의 정수기다.

#부산에 사는 E씨는 1년 전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며 전에 살던 곳에서 사용한 언더싱크 정수기를 본인이 직접 이전 설치했다. 하지만 최근 누수가 발생해 주방벽지에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 E씨는 정수기 업체 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업체 측은 “언더싱크 정수기 제품 특성상 우리가 유지보수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보상책임도 우리한테는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정수기 누수 피해 책임을 본사가 설치대리점으로 전부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설치기사들을 자기들이 일일이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소속된 지점에 문의하라는 것. 본사의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이럴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수기 업체 W사 관계자는 “정수기 누수의 경우 대부분이 조금씩 물이 새 나오는 ‘방울누수’”라며 “간혹 제품자체의 결함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작업자의 과실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정수기 누수 피해의 경우 사례가 워낙 다양해 보상판례가 다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정당한 누수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업체에서 나오는 정기점검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물론, 가입시 피해보상에 대한 약관규정을 제대로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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