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女 주 소비층, 효과·안전성 검증 안돼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단돈 5000원으로 수백만원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물건이 있다. 바로 ‘셀프 성형기구’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준도 없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최 모(24·여)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턱이 자꾸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을 받자니 두려움이 앞서고 금전적인 문제 또한 발목을 잡는다.

결국 인터넷에서 얼굴형을 갸름하게 만들어준다는 밴드를 구입해 매일 자기 전 1시간 동안 착용했다. 하지만 얼굴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오히려 얼굴이 부어 한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최근 ‘셀프 성형’ 도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쌍꺼풀을 만들어 주는 안경, 코뽕(코 안에 삽입하는 기구), 입술을 도톰하게 해주는 기구, 얼굴 롤러, 얼굴 밴드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대 청소년과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주요 소비자다.

▲ (출처=G마켓 홈페이지)

◆ 저렴한 가격, 자극적인 광고가 어린 소비자들 현혹

셀프 성형기구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픈마켓에 들어가 보면 쌍꺼풀 안경, 코 집게, 코뽕 등은 5000원 이하면 구매할 수 있고, 얼굴 윤곽 밴드는6000~9000원에 살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다. 업체들은 기구에 대해 수술 없이 수백만원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적의 상품’이라고 소개한다.

‘셀카, 소개팅, 미팅, 결혼식 등 모임에 꼭 필요한 아이템’, ‘코뽕과 함께 당당하게’, ‘매일 10분이면 쌍꺼풀 완성’ 등의 문구로 미용에 관심 많은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또한 자사의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성형 수술보다 더 안전하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셀프 성형기구를 꾸준히 사용한다고 해서 큰 효과는 볼 수 없다. 유종호 차앤유클리닉 원장은 “수술 없이 얼굴을 변형할 수 있다는 통념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사춘기 때는 피부 탄력과 복원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설프게 사용하느니 전문의의 의견을 참고해 제대로 성형수술을 받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 (출처=G마켓 홈페이지)

◆ 부작용 생각보다 심해, 의학적 근거도 없어

셀프 성형기구는 안전하지도 않다. 제품을 구입할 때 품질보증서는 찾아볼 수 없고, 부작용에 대한 설명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셀프 성형기구 사용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코뽕을 착용한 후로 세수할 때마다 코가 너무 아프다’, ‘쌍꺼풀 만드려다가 오히려 눈이 단단하게 부었다’는 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의사들은 셀프 성형기구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 피부과의원 원장은 “코 안은 많은 혈관이 지나는 부위라 염증이 발생하기 쉽다”며 “딱딱한 기구에 의해 지속적으로 압박 받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추가적으로 감염, 상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기기가 아니라 안전성 여부 또한 불확실하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법적 단속 못하고 보상 못받아

셀프 성형기구들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셀프 성형기구를 단속할 근거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지만 의학적 강조하는 과장 광고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프 성형기구는 사용 중 부작용이 생겨도 법적 보상을 받기 힘들다. 해당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따로 보상 규정이 없다”며 “사용 주의사항을 제품과 함께 드리고 있으니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어느정도 소비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는 “아직 피해사례가 없어 보상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셀프 성형기구에 대한 피해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지만, 극단적 사례가 아니면 법적 보상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