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으로 불거진 롯데그룹의 정체성과 향후 전망

▲ 롯데그룹 형제의 난. 왼쪽부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출처=롯데)

[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절정에 달하면서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 국민에게 껌, 과자, 놀이동산 등 친숙한 이미지의 롯데가 신격호 회장이 물러나고 2세 경영으로 넘어갈 경우 완전히 일본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와 함께 지난달 27일 일본으로 가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이사진 6명을 사임시킨 것을 시작으로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시작됐다. 해임선고가 있고 하루 뒤인 28일, 신동빈 회장이 긴급주주총회를 열어 아버지 신격호를 해임시킨 것이다.

◆ 롯데는 한국 기업? 일본 기업?

이 사건으로 언론 및 여론은 ‘똑같은 재벌의 경영권 싸움, 형제의 난’이라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을 해오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물러나고 완전히 일본적 사고를 갖고 있는 2세 경영체계가 갖춰지면 한국롯데가 일본롯데에 완전히 종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도 매출액은 한국롯데가 일본롯데의 약 15배지만 한국롯데의 대부분을 일본롯데에 결제 받는 상태다. 2013년 기준 한국롯데의 매출은 83조였고 일본롯데의 매출은 5조7000억 원에 불과했다. 자산규모도 한국롯데가 일본롯데보다 20배 가까이 더 크다.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롯데호텔의 대주주도 19.07%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다. 그 외의 나머지 주주도 일본 회사며 롯데호텔의 일본 측 지분율은 99%가 넘는다.

한국 국민은 당연히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롯데그룹의 모태도 일본이다. 롯데는 1948년 일본에서 ‘주식회사 롯데’로 시작됐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1967년 자본금 3000만 원의 롯데제과로 처음 들어왔다.

이 사실 때문에 롯데를 한국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프트뱅크를 운영하는 일본국적 재일교포 손정의가 한국국적을 갖는다고 소프트뱅크가 한국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이번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 소식도 국내 언론사가 아닌 일본 닛케이신문이 처음 보도했다. 롯데 그룹의 총수를 바꾸는 주주총회도 서울이 아닌 도쿄에서 일어났다.

◆ 롯데 설립자 신격호의 경영방식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은 1922년 경남 울산 둔기리에서 5남 5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에 세운 주식회사 롯데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1967년 롯데제과, 1970년 롯데알미늄, 1973년 호텔롯데, 1974년 롯데칠성음료, 1979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쇼핑, 1988년 롯데월드 등을 세웠다. 그리고 롯데그룹은 재벌 5위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국 재계의 1세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일본과 한국롯데 모두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홀수 달에는 한국, 짝수 달에는 일본을 오가며 이른바 ‘셔틀 경영’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2롯데월드타워 등의 문제로 한국에 주로 머물렀다.

롯데는 출발지는 일본이지만 한국 국적 경영인에 의해 운영됐다. 한국 국적의 신격호 총괄회장은 달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갔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향인 울산에 해마다 내려가 마을사람을 불러놓고 잔치를 열었다. 국 국적의 경영인에 의해그리고 국내에서 롯데는 제과, 놀이동산, 음료, 생활용품 등 친근한 상품으로 한국인에게 다가왔다. 한국인에게 롯데는 일본 회사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은 일본 보수 본류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기시 노부스케, 나카소네, 다케시타, 후쿠타, 오부치 등 일본 보수 정치인과 철친한 사이로 드러난 사실이 있었다.

2001년 ‘월간조선’의 인터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본인이 직접 기시 노부스케와 그 밖의 보수 정치인과의 친분을 언급했다.

이들 중 기시 노부스케는 현 일본 총리인 아베의 외조부다. 기시 노부스케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으로 평가되며 일본 총리로 있던 1960년 조약 비준안에 대한 단독 처리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로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아베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이자 스승이 기시 노부스케라고 말하곤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 같은 일본 보수 정치인들과 친하게 지낸 점은 그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는 있지만 일본인의 사고와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불러일으켰다.

◆ 한국어도 잘 못하는 일본인 같은 한국인 롯데 2세들

이번 ‘왕자의 난’ 주인공은 신격호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다. 이들은 한때 일본과 한국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모두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국적을 취득한 상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1996년 한국 국적을 가졌고,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롯데칠성음료 등이 금융감독원에 보낸 공시자료에 한국 국적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장남 신동주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후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일본어로 말하고 일본어로 된 문서를 제시했다. 기자와의 인터뷰도 불가능한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차남 신동빈 회장의 모국어 실력도 일반 한국인의 언어 실력에 60%도 못 미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주’라는 이름보다 ‘시게미쓰 히로유키’라는 일본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한다. 더욱이 국내 이외의 일본을 포함한 세계 언론은 롯데가(家)의 이름을 한국식이 아닌 일본식 표기를 한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사실상 일본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각각 일본의 유명 기업에서 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장남 신동주는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했고, 차남 신동빈은 노무라 증권에서 일했다. 미쯔비시 상사는 최근 강제징용에 대해 중국과 미국에는 사과를 했으나 “한국은 일본과 한 나라였으므로 사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었다. 노무라 증권은 일본의 보수 운영 기업이다. 이들 모두 일본 보수 기업 문화에 길들여져 있고 일본식 생활에 더 익숙하다는 증거다.

◆ 2세 경영체제 돌입하면 ‘롯데그룹’ 일본기업 될까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 이후 롯데그룹에 대한 여론은 두 부류로 갈렸다. 한국어도 못하는 한국인 경영자에 대한 분노와 롯데가 이대로 일본기업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인터뷰에 대해 누리꾼들은 “국적은 한국일지 몰라도 정신은 일본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밝혔다. 결국 롯데는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는 일본 기업인 것”이라며 비난했다.

롯데는 원래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맡는 체제로 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계열사 이사진에서 물러났고 올 초에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격에도 해임됐다. 그리고 지난달 15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한일 분할 경영에서 통합 경영 체제로 바뀐 것이다.

이에 이번 롯데그룹 사건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재기를 위한 몸부림, 반란이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지분은 정확한 수치는 가려져 있지만 거의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후 롯데 형제의 싸움은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다.

현 상황에서는 신동빈 독주 체제의 가능성이 우세하지만 언제 판이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그룹의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형제가 각각 20%안팎으로 비슷하게 갖고 있고 그밖에 한국 주요 계열사에서 비슷한 지분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여론 및 업계는 롯데의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처럼 신동빈 체제로 갈 경우 롯데는 고향인 울산 등 한국에 연고가 있던 신격호 회장의 롯데와 국내 연고가 없는 신동빈 회장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또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재기에 성공해 롯데가 양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31일 오전에 있었던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그룹의 경영권 싸움에 대한 비난의 의사를 표시했다.

진병헌 최고위원은 “재벌과 대기업은 우리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롯데일가의 혼란은 회사를 총수 일가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스스로를 봉건 영주쯤으로 여기는 후진적 재벌 문화를 보여준 것이다.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가진 대한민국은 재벌 개혁이 더욱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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