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 하반기 대우증권 인수 나설까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연이은 실적 공개가 이어지며 이른바 4대 금융기업으로 불리는 신한·KB·하나·농협 지주들의 상반기 성적표가 화제다. 특히 신한금융과 KB의 리딩뱅크 탈환 경쟁이 흥미롭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KB에 빼앗겼던 왕좌의 자리를 다시 찾아왔고 KB금융도 LIG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하반기 리딩뱅크 자리를 위협할 비상의 날개 짓을 펼 기세다.

신한금융 리딩뱅크 자리...비은행부문이 해냈다   

모든 금융지주사들은 ‘리딩뱅크’를 꿈꾼다. 리딩뱅크란 외형상의 규모와 상관없이 영업 중인 금융권에서 선도 구실을 하는 우량은행을 뜻하는 말로 시장점유율이 높으면서 재무구조도 건실한 기업만이 차지할 수 있는 영광의 자리다.

올 상반기만 돌아봤을 때 리딩뱅크에 가장 어울리는 지주사는 단연 신한금융지주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실적 평가에서 전체 지주사 중 유일하게 1조원대를 달성,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 1조원대를 달성했다. 

▲ 지난해 5월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가운데)이 '신한카드 Code9' 기자간담회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코드나인 시리즈를 통해 2030세대 공략에 나서 고객층 다변화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의 힘은 역시 주력계열사인 신한은행에서 나온다. 하지만 올 상반기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 수익이 소폭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790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보다 6.1% 감소한 성적이다.

반면 신한카드의 실적이 돋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35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7% 증가했고, 전분기 대비 27.7%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카드대출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 영향에도 불구하고 조달비용 및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순이익 하락폭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기록했다. 저금리·저마진 상황에 수익기반 악화로 부진한 신한금융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지난해 빅데이터 센터를 출범하며 이를 기반으로 선보인 ‘Code9(코드 나인)’의 고객반응이 좋은 것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며 “앞으로도 코드나인 처럼 2030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젊은 이미지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코드나인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확장, ‘S-Line체크’, ‘클래식Y’, ‘B.Big(삑)’ 등의 상품을 출시하며 2030 젊은 층 고객확대에 큰 재미를 봤다. 이로 인해 주로 50대 이상의 장년 층 고객으로 한정됐던 신한카드의 고객층은 더욱 다양해졌다.

또한 지주회사 편입 후 사상 최대의 상반기 순이익을 기록한 신한금융투자의 선전도 눈에 띈다. 신한투자는 PWM(개인자산관리)과 CIB(기업투자금융) 부문에서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수수료 이익과 운용자산 확대에 기반한 자기매매 이익 증대를 나타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내려가면서 은행 이자 이익이 하락했고 금융투자·생명·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 이익이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이번 신한금융의 호실적은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이익 체계를 마련한 부분이 컸다”면서 “이와 더불어 비은행 부문의 큰 실적 개선이 이뤄지며 리딩뱅크로서의 명성을 회복하게 됐다”고 밝혔다.

KB금융-LIG손보 ‘엔진’ 장착

올해 KB금융지주는 큰 숙원사업을 이뤄냈다. 바로 LIG손보를 인수하며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지위를 갖추게 된 것. KB금융은 이번 KB손해보험 인수가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은행과 카드를 중심으로 한 사업영역 다각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도 우수했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9446억원을 기록, 1조원대에 육박하며 리딩뱅크로서 신한금융을 추격할 가장 유력한 금융사임을 입증했다.

KB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2015년도 상반기 당기순이익 7302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큰 폭(37.2%, 1978억원)으로 증가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손보 편입을 계기로 전통적인 금융상품 외에도 해상·화재·자동차·건강보험 영역의 상품군이 추가돼 사실상 모든 금융상품 취급이 가능하게 됐다”며 “여러 사업들과 유기적으로 다양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지난 13일 KB손해보험 본사 사옥에서 진행된 '그룹 CEO와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 윤종규 회장과 KB손보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윤 회장은 취임 후 따뜻한 스킨십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현장중심 경영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이번 KB금융의 호성적은 취임 후 ‘따뜻한 스킨십’ 행보로 KB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는 윤종규 회장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취임 후 12개 계열사를 꾸준히 방문, 직원들과 따뜻한 스킨십 행보를 이어가며 직원중심, 고객중심, 현장중심 경영을 줄곧 펼쳐오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유출사고로 사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던 편”이라며 “회장이 직접 직원들을 찾아가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는 지금의 행보가 결실을 맺는 것 같다. 직원들의 자신감이 크게 회복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KB손보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유독 KB손보 사무실을 많이 찾아주시고 있다”며 “막내 격으로 합류한 만큼 회장님께서 특히 신경을 쓰고 계신 것 같다.  직원들에게도 회장님의 방문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KB, 하반기 대우증권 인수 나설까

KB금융의 하반기 과제 중의 하나는 KDB대우증권 인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금융업계 '대박매물'로 꼽히고 있는 대우증권 인수는 향후 리딩뱅크 왕좌를 차지할 수 있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KB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일단 KB금융은 KB손보가 보유한 LIG투자증권 지분(82.35%)를 매각한다. 금융지주회사법과 보험업법상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로 보험회사를 두고 있을 때 금융지주사는 보험과 관련 없는 손자회사를 두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상 KB금융은 2년 내 LIG투자증권을 KB투자증권과 합병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KB가 LIG증권 매각으로 상당부분 자금을 마련해 대우증권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지주법에 의한 매각이지만 사실상 대우증권 인수 실탄을 마련한다고 봐야한다”며 “이번 인수는 KB금융이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수익약화를 보완할 비은행권 수익 증대를 위한 움직임에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카드와 금융투자 등 비은행 부문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며 1조원 대 순익을 돌파했다. KB금융도 이 사례를 따르려 한다. 특히나 이자수익 약화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돼 지주사별 비은행부문 사업강화는 필수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한금융도 대우증권 인수 유력기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조심스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아무런 얘기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자금의 여력이 충분하고 과거 조흥은행과 LG카드 등의 인수합병을 통해 큰 사업확장을 이뤄본 만큼 충분히 뛰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