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비자경제=장휘경 기자]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개인이 1대주주(20.76%)인 유일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삼성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과 직결되는 ‘이사장’ 자리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넘겼습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새로운 지배자임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지만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은 2대주주(19.34%)입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이 회장 지분이 아니더라도 별 힘 안들이고 제일모직이 가진 지분과 함께 삼성생명의 실질적인 최대주주가 될 수 있습니다.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18%를 갖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 지분 0.06%를 취득했습니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1.84%, 삼성생명 지분은 26.42%가 됐습니다.

재계는 이미 삼성의 옥좌는 이재용 부회장의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룹의 중심은 삼성전자이지만,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 아니라 삼성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3.38%)을 물려받는 것보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의결권을 확보하는 게 옥좌를 물려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순입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인 것입니다.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은 ‘삼성전자 회장’자리를 차지하는데도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이 되려면 그에 걸맞는 힘을 갖춰야 합니다. 삼성전자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삼성전자를 경영할 만한 능력을 입증해야 합니다.

먼저 지난해 좌절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패션, 레저, 식음료 등으로 세 남매가 한 곳에 모이게 된 제일모직의 사업구조 재편 등도 새로운 지배구조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결국 중간금융지주사의 허용 여부와 함께 새로운 지배구조가 완성되는 시기, 또는 이재용 부회장이 걸출한 경영성과를 거두고 이를 시장에서도 인정하는 때가 ‘삼성전자 회장’ 취임시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어린 시절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이재용 부회장의 능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평도 있습니다. 올해 46세인 이 부회장은 외향적이며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유학해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합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은 2007년 삼성전자 최고고객담당책임자(CCO)에 임명된 이후 삼성 부품의 주요 고객인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정기적인 접촉을 가지는 등 국제적인 역량을 과시하며 경영능력을 키워왔습니다. 2011년 잡스 추도식에도 초대됐던 유일한 아시아인 경영자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CCO로 재직하면서 쌓은 글로벌 인맥은 삼성이 오늘날 고객, 부품공급사, 제휴사 등과 같은 회사들의 지지를 이끌게 해줌으로써 현지에서 스마트TV 사업을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장휘경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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