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불완전판매, 소비자 피해 여전

[소비자경제=황영하 기자] 보험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료를 환급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해당 보험설계사를 잡아와야 한다는 보험사의 황당한 답변이 나와 불만이 터져 나왔다.

▲ 홍씨는 보험계약 청약서의 서명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30대 홍 모씨는 2010년과 2011년에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에 스마트 VUL 종신보험과 무배당 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을 가입했다.

월 납입금이 400만 원이나 됐지만, 사업을 하면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는 말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월 납입금을 줄이거나 해지하려고 보험회사에 연락하면서 불거졌다. 홍씨는 중간에 보험금을 일부 인출해서 사업 자금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여전히 6~7000만원 가량 원금이 남아 있는데, 보험을 해지할 경우 3,8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홍씨는 보험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을 해약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보험 청약서에 본인이 서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로 인해 보험 계약의 무효를 주장했다.

홍씨는 한화생명 소비자보호팀에서 보험을 해약할 경우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며, 해약을 하기 위해서는 보험 설계사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보험설계사를 직접 잡아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당시 홍씨와 상담했던 직원은 현재 퇴사한 상태라는 답변만 있을 뿐, 보험 해약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 대필서명은 치유 불가능한 하자

금융감독원은 작년에 접수된 민원 총 4만4,054건 가운데 보험 관련 민원은 1만826건으로 56%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다른 금융관련 민원은 10.6% 줄어든 반면 보험 관련 민원은 12%나 늘어났다고 했다.

보험 관련 민원 가운데 보험모집 관련 민원이 1만826건으로 24.6%를 차지했는데, 이는 저축성 보험 및 연금전환 가능 종신보험 등 불완전판매 증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홍씨의 사례처럼 자필서명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불완전판매다. 불완전판매의 경우 보험 계약을 무효 또는 해지할 수 있지만 그 후 이어지는 후속 조치가 미비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피보험자의 사망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피보험자의 자필서명 동의가 없으면 사후에 이를 추인(인정)하는 절차를 밟았더라도 무효”라고 판결(대법원 2010.2.11 선고 2009다74007)한 바 있다.

위 판결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필서명이 없는 보험을 유지하다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보험을 해약하고 원금만 돌려주면 되고,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계속 보험을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받는 것으로 악용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법 개정으로 소멸시효 늘어

보험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4년 3월 상법 제662조가 개정된 것도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보험료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

지난 4월30일 K모씨는 보험금 소멸시효와 관련해, 동양생명이 보험 가입 당시 대필서명으로 보험 계약이 무효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3년 이상 납부했던 보험료 가운데 소멸시효가 남은 2년치 원금만 돌려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본지에 제보를 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상법에서 일반적인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보험 관련 제지급금의 청구권소멸시효 기간을 2년 단기로 정하고 있어 소비자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고, 2014년 상법이 개정되어 보험료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3년으로 연장되었다. 개정된 상법에서는 보험료청구권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 보험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K씨는 상법이 개정되기 전 사안으로 보험료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2년이 적용되지만 법원의 판단은 보험사의 주장과 다르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의 무효로 인해 생기는 보험료 반환청구권은 매달 보험료 납입시마다 개별적으로 생기는 권리가 아니라 보험계약에 의해 납부한 보험료 반환청구권 전체가 하나의 청구권이다”면서 “마지막 보험료를 납입한 때 납부한 보험료 전체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발생해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2009나6722, 2010다92612)했다.

따라서 보험금 반환청구권은 마지막 보험료를 납입한 날로부터 3년 이내라면 모두 청구할 수 있다.

자필서명이 없는 보험 계약의 무효와 보험 무효에 따른 보험료 반환청구권 소멸시효과 관련해 보험가입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 받지 않도록 금융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해 보인다.

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이 보험판매자가 보험상품 판매에 따라 커미션을 받는 보상구조 아래에서는 보험상품 판매자와 고객간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판매자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무규정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영하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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