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커스 토익 실전 1000제 리스닝 교재.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국내 인기 토익업체 ‘해커스 토익’이 낚시성(?)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교재를 팔아 빈축을 사고 있다.

토익시험을 준비 중인 서울에 사는 남모(남·20대)군은 얼마 전 토익교재를 구매하러 서점을 방문했다. 여러 교재를 둘러보던 중 무료로 MP3를 제공해준단 점이 끌려 결국 다른 교재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해커스 토익의 ‘실전 1000제 리스닝’을 구입했다. 

하지만 남씨는 집에 돌아온 후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 문제집에 무료로 제공되는 MP3는 단어암기와 정답풀이용 음성파일이었던 것. 정작 문제풀이에 사용되는 MP3파일은 2900원을 내고 유료로 구매해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남씨는 “문제풀이에 필요한 MP3는 교재 뒷면에 ‘별매’라고 아주 작게 쓰여 있었다”며 “졸지에 문제를 들을 수 없는 그림책을 산 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건 명백히 소비자를 우롱하는 판매수법”이라며 “상식적으로 문제집을 사면 문제풀이용 MP3는 당연히 교재값에 포함돼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 토익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 없는 학생들인데 이런 식으로 구매뒤통수를 치다니 너무 분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커스 토익의 ‘실전 1000제 리스닝’에는 교재 앞면에 단어암기용과 정답풀이용 MP3를 제공한다고 표시돼 있다. 교재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일반인이 저 문구를 보고 문제풀이용 MP3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해커스 토익의 MP3 다운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실전 1000제 리스닝’을 구매했다는 또 다른 소비자 허모(남·20대)씨는 “구입 후 도서관에서 문제집을 폈으나 MP3파일을 결제하고 다운 받아야해 근처 피시방을 방문했다”며 “하지만 나 같은 컴맹들에게는 결제과정이 간편한 편이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MP3 파일 다운받느라 그날 해야 할 공부분량도 채우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지난 1월 이후부터 판매되고 있는 해커스토익 실전 1000제 리스닝. 우측 하단에 MP3제공 관련 내용이 삭제돼 있다.

이와 관련 해커스 토익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문제집 구매시 가격을 가장 중요 시 할거라 생각해 ‘MP3 별매’를 소비자가격 근처에 표시해 놓은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이와 관련 내부검토를 통해 지난 1월부터 출시된 개정판에는 ‘MP3 제공’이라는 내용을 아예 뺀 상태”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MP3 별매’라는 중요 사실을 교재 앞면이 아닌 뒷면에 굳이 표시한 것은 중요사실을 축소 표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표시·광고하는 행위인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 이 경우 업체에게 무조건 고객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상황으로 기업 자체적인 시정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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