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백연식 기자] 설 연휴 전날인 16일, LG전자는 보도자료와 함께 유투브 영상을 공개했다.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독일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삼성 세탁기를 파손한 것이 아닌 확인(테스트)했다는 내용의 영상이다.

양사 중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미 조회 수 60만건이 넘었다”며 “영상에 광고까지 붙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고소로 시작된 이 싸움은 LG전자의 맞고소에 이어 유투브 공개로 전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전자회사만 싸우는 것도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빼냈다고 주장하며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정작 2010년부터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에 의도적으로 접근, 장비구매에 대한 거짓약속을 통해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기술을 빼내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해당 기술은 업계에 이미 알려진 기술로 이를 부정하게 취득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해당 설비업체에 당사와의 거래 의사를 물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VS LG전자가 아닌 삼성그룹 VS LG그룹의 공방전으로 번질 모양새다.

양사의 이런 신경전은 예전부터 있었다. 삼성과 LG는 2011년 3월, 3D TV 신제품에 대해 경쟁사 제품을 비하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같은 해 10월 LTE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싸움이 시작됐다. LG전자가 ‘옵티머스 LTE’를 공개하며 “화질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삼성전자를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2012년에는 냉장고가 싸움의 소재가 됐다. 2012년 8월 삼성전자가 물 붓기, 캔 넣기 등으로 LG 냉장고와 용량을 비교한 광고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900리터 냉장고가 LG전자의 910리터 냉장고보다 내용물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LG전자는 1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도 500억 원 손해배상 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결국 법원의 중재로 1년 만에 소송전이 끝났다.

이러한 삼성 VS LG 간의 흠집 내기 싸움은 글로벌 기업 이미지만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종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은 평화주의자”라며 “이런 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답답해 했다.

결국 삼성과 LG는 의미 없는 경쟁, 즉 이겨도 상처만 가득한 진흙탕 싸움만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 친구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전자제품은 삼성과 LG를 사용한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은 선의의 경쟁만 해당되는 것이다.

가전부문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두 회사가 자존심 싸움이 아닌 제품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국내 산업발전에 선두적인 역할을 해왔던 두 기업이 향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적인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

 

백연식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