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50대 남성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사건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즉시 경비원을 불렀지만 경비원은 오지 않았다. 불에 타고 있던 50대 남성이 그 아파트 ‘경비원’이었기 때문이다.

한달이 지난 사건이지만 씁슬한 기억으로 남고 있다. 경비원은 왜 분신했을까?

올해 53세인 이모씨는 강남 모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건실한 '가장'이었다.

늘 열심히 일하던 이씨에게 어느날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유는 새로운 아파트  경비초소로 옮기고 부터다. 그곳에는 이씨가 두려워 했던 '사모님'이 살고 있었다.

70대 ‘사모님’은 이씨에게 항상 인간적인 모멸감을 줬다고 한다. 줄곧 막말을 퍼부었고 심지어는 청소중인 이씨에게 먹다남은 과자, 빵, 떡등을 던지며 먹으라고 권했다.

이후 이씨는 사모님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진료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패혈증 악화로 끝내 숨졌다. 패혈증은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증세로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발열 증상과 36도 이하로 내려가는 저체온 증상을 말한다. 사모님은 이씨가 사망한 뒤 때늦게 빈소를 찾아가 '미안하다'며 통곡을 했다.

이러한 사건은 비단 이씨 뿐만이 아니었다. 몇해 전, 같은 아파트에서도 70대 경비원이 자살을 했다.

당시 자살 원인은 이번 이씨와 비슷한 문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심각한 인격 살인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지는 유명한 4컷 만화가 있다. 만화 주제는 "버스정류장의 모녀들과 경비원"이다.

경비원은 빗자루질을 하고 있다. 길을 지나던 한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공부 열심히 해야돼,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하지만 다른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공부 열심히 해야돼, 저렇게 무식한 말을 하지 않으려면..”

짧은 만화지만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불편한 사회 풍조가 깊숙히 뿌리박혀 있다.

현재 비정규직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 아파트 경비원 등 경비직 노동자들은 올해까지 최저 임금의 90%가 적용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경비원들의 임금이 오르게 되자 아파트와 용역업체 측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하자 오히려 경비원들이 임금 인상 폭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2014년 말 현재,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예고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뒷 짐을 지고 있는 상태다.

경비원들은 자신을 스스로 ‘현대판 노예’라고 말하지만, 임금을 낮춰달라면서 까지 일자리를 지키려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 생활에 너무나도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씨를 죽음으로 내 몰았던 건 단순히 ‘사모님’이 아니라 현실에 방관하고 기만했던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고유진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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