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심의… 정해진 메뉴얼도 없어

#이모씨(44, 여)는 지난해 9월 딸이 구매한 리복 퓨리 한정판(v47898) 제품의 수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소비자과실'이라는 심의 결과에 따라 환불도 불가능한데다, 수선까지 받지 못해 신발 한짝은 멀쩡하지만 버려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제조사의 심의 결과에 따라 운동화 수선을 받지 못해 소비자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씨는 지난달 말, 딸이 신던 리복 퓨리 한정판 제품의 뒷부분 천이 파손돼 매장에 수선을 의뢰했다. 이틀뒤 매장 측에서 수선이 불가능하니 찾아가라는 답변이 왔다. 수선이 불가능한 이유도 듣지 못한 이씨는 납득하기가 어려워 매장에 다시 수선을 의뢰한 상태다.

이씨는 "유명 브랜드이기때문에 당연히 수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막상 돌아오는 답변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며 "왜 불가능한지 이유도 없이 무작정 '제조사는 책임이 없다'면서 교환도 안된다고 하니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됐다"고 토로했다.

리복코리아 관계자는 "심의 결과에 따라 파손정도가 수선 불가능하다고 판정이 나왔고, '소비자과실'이기때문에 교환도 불가능하다"며 "소비자에게는 이를 통보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보통 파손정도에 따라 정리된 글로벌 메뉴얼에 따라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이씨와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소비자는 구매한지 일주일도 안된 리복퓨리 밑창이 닳아 수선을 의뢰했지만 심의 결과는 '수선 불가능', '소비자과실' 이었다.

'소비자과실'로 몰아 교환 불가능이라는 방침을 세우는 바람에 소비자와의 마찰이 자주 벌어진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 4월까지 '섬유제품심의위원회'에 들어온 운동화 심의건(982건)을 분석한 결과, 59.5(584건)이 '제조판매업체 책임'이었다. '소비자책임'은 11.8%(116건)에 불과했다.

또, 심의가 대체로 유관으로 과실 책임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심의 전문 기관도 없어 대체로 제조사, 일부 소비자단체 등에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심의와 관련된 메뉴얼이 정해진 것이 없다보니 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소비자원의 경우 심의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자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하고 있으며, 파손된 제품으로 시험검사로 판단하기 어려워 필요에 따라 샘플을 받아 시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에서 '소비자과실' 판정을 받았다면 소비자단체에 심의를 의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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