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예방안전 NGO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김진항 회장

"호미로 막을 물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의 의미는 '우리가 미리 잘 대비하면 호미로도 막을 수 있는 물이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호미 보다 큰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속담을 재난이나 안전사고에 비춰보면, 미리 잘 대비할 경우 피해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입더라고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을 일을 호미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전국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김진항 회장이 그 주인공. 예비역 장성인 김 회장은 전략 연구가이자 재난·안전관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의 초대 재난안전실장에 임명돼, 우리나라 재안안전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소비자경제>가 김진항 회장을 만나 안전모니터봉사단의 역할과 미래 등을 들어봤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예방안전 위주로 활동하는 민간봉사단체." 안전모니터봉사단에 대한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 800개가 넘는 비정부기구(NGO)가 있지만, 예방안전을 위한 NGO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봉사단의 비전은 '안전한 나라, 안전한 사회', 설립목적은 '예방안전 활동 지원'과 '안전문화 확산'이다. 봉사단은 김 회장이 재난안전실장으로 일하던 2009년 7월 출범했고, 2011년 4월에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각각 조직된 연합회와 지회를 통합한 중앙회가 창립됐다. 봉사단은 중앙회 외에 17개 연합회와 228개 지회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2014년 1월 현재 봉사단원수는 6만명이 넘지만, 올해까지 봉사단원수를 10만명으로 늘리는 게  중앙회의 목표다. 

봉사단의 첫 번째 설립목적인 예방안전 활동 지원은 재난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김 회장은 "재난안전 업무를 맡은 공무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담당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이 위험 조짐을 담당공무원에게 제보만 해도 사고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단원이 되기만 해도 주위에 안전위해요소가 없는지 살펴보는 등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면서, 기자에게도 봉사단 가입을 권했다. 특히 "대부분 평범한 우리 이웃인 단원들이 재난 위험 조짐을 파악해 제보하면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학생, 주부, 택시기사 등 동네 사정을 잘 아는 봉사단원들이 사고발생 소지가 있는 요인을 미리 예측해, 공무원에게 제보함으로써 크고 작은 재난안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보는 중앙회 홈페이지(www.safetyguard.kr)는 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안전모니터봉사다)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중앙회의 집계 결과, 봉사단원수의 증가와 더불어 제보건수가 늘고 있다. 2010년 4163건이었던 제보건수는 2013년 3분기 현재 5만4623건으로 늘었다. 

예방안전 활동 지원과 함께 봉사단의 설립목적인 안전문화 확산'에 대해 김 회장은 일상생활 속에서 안전문화가 확산돼야만 사회가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은 지론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안전문화가 체질화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청소년안전모니터봉사단 운영과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지원을 올해 중앙회의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사회 전반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에서 예방안전을 통해 재난 및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김 회장의 목표는 무모해보일 정도다. 현재 봉사단원수가 6만명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중앙회는 사무실 운영 등에 빠듯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김 회장이 매월 10만원을 내고, 부회장 등 나머지 간부들이 각각 7만원, 5만원, 3만원씩 부담하는 회비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사무실 운영비는 소액기부 활동을 통해 보충할 계획이라면서도, 사무 경비와 상근 직원들 급여만 해결할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금전이 개입되면 봉사단의 가치가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왜 자비까지 들여가며 남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하느냐고 묻자 그는 "시골 깡촌에서 태어나 '지휘관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단장(12사단장)과 '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 공무원(재난안전실장)까지 한 나는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퇴직 후, 이제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예방안전 활동으로 국가와 사회에 보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하며 껄껄 웃었다. 이어 그는 "나 아닌 남을 위한 봉사활동은 그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 특히, 예방안전 활동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일이므로 소비자경제 독자들께서도 안전모니터봉사단 회원으로 가입하여 의미있는 활동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봉사단 가입을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모쪼록 김 회장의 희망처럼 우리 국민의 20%가  안전모니터봉사단에 가입함으로써, 재난안전 담당공무원들의 일손을 돕고 안전문화가 확산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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