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첫 농산물소비협동조합 이한준 이사장

"맛있고 질 좋은 제철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우리가 구심점이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임직원들이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aT행복한먹거리협동조합('aT농산물소비조합') 이사장을 맡은 이한준 유통기획팀장의 설명이다. <소비자경제>가 이한준 팀장을 만나 aT농산물소비조합 설립 과정과 성과, 미래 모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한준 팀장은 1996년부터 aT에서 농산물 산지유통 업무를 해온 전문가로서,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먹거리 직거래와 협동조합을 결합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올해 4월부터 사내 조합 설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농식품 직거래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 방침을 보고, 농식품 유통 전문 공공기관인 공사(aT)가 직접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마침 지난해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터여서, 공사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먹거리 직거래 활성화의 '구심점' 구실을 할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 팀장은 aT 내부 인트라넷으로 조합에 대해 홍보하고, 직접 임원들을 찾아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모았다고 했다. 그 결과 aT 전체 임직원의 10% 남짓인 66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aT농산물소비조합이 정식 출범한 것은 창립총회 등을 거쳐 등기를 마친 10월이다. 조합 설립 과정에서 필요한 돈은 등기비용과 법무사 수수료 정도였는데, 조합원들에게 5만원씩 거둔 출자금으로 충당했다. 총 330만원의 출자금 가운데 쓴 돈은 얼마 안 되고, 대부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합이 아니어서 당장 출자금을 더 거둘 일도 없고, 쓸 일도 없다고 이 팀장은 귀뜸했다.  

조합원들의 반응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제철 과일 등 맛있고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싼 값으로 편안하게 집에서 받아먹고 있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면서 활짝 웃었다. 특히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이 직접 고른 덕에 맛과 질이 뛰어난 먹거리를 조합원들이 택배로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aT농산물소비조합은 이한준 팀장과 함께 선임된 임원(이사, 감사)를 중심으로 꾸려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조합원들이 공동구매하는 먹거리를 고르는 것. 그 일도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 몫이다. 이 팀장은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조합원들이 먹을 제철 농산물을 찾고 있지만, 때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우선 공사 자체 정보를 활용하지만,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과 산지 농협의 도움을 받아 공동구매 대상을 정합니다. 모두 제철 농산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곳이어서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조합의 앞날에 대해 이 팀장은 "먹거리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우선 조합원을 늘려서 직거래 규모를 확대하고, 다른 공공기관에도 직거래의 장점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민간 기업이 직거래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또 소비자단체 등이 원할 경우 당장이라도 aT농산물소비조합과 손잡고 직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로컬푸드 및 직거래 활성화 등을 지원하는 유통기획팀을 이끌면서 공공기관 첫 먹거리 직거래 협동조합 설립에 앞장선 이 팀장은 "도매시장 수수료와 중간마진을 없앤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는 10% 덜 내고, 생산자는 5% 더 받을 수 있다"면서 직거래 장점을 강조했다.  

농산물 유통 전문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꾸린 aT농산물소비조합이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이주현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