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적 통념’ 이제는 바뀌어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8일을 끝으로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각 국의 국가대표들은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국위선양과 자신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노력의 결실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과 아쉬움을 불러일으키고 또 박수를 받았다. 

수많은 감동적인 순간들을 제쳐두고, 올해 대회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보드게임의 부활과 e스포츠의 정식종목화였다. 그 중에서도 e스포츠의 정식종목화는 스포츠의 정의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탄이었다. 지난번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도 시범종목으로서 e스포츠가 채택되기는 했지만, ‘정식종목’으로서의 파급력은 지난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제는 각 가정에서 온가족이 e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시청하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부모와 자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보다 드물어졌긴 하지만, 여전히 추석 연휴로 인해 온 친척들이 모이는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전같으면 ‘TV에서까지 게임을 보고 있냐’라고 학을 떼던 어른들이 이제는 손자와 자식들에게 적극적으로 게임의 요소요소를 하나씩 물어보고 있다. 때로는 어른들이 더 좋아서 설명하기도 한다. 

여기에 40~50대 중장년층에게는 44살의 나이에 스트리트파이터5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김관우 선수와 그의 인터뷰가 큰 자극이 되었던 모양이다. 기자의 주변에서도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시작한다던지, 과거에 했던 게임의 최신 시리즈를 구입한다던지 하는 사례들이 있었으며,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게임을 처음해본다며 도움을 구하는 ‘정중한’ 말투의 글들이 목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들이 국내의 게임 소비층이 3세대로 변화되고 있는 반증이자 인식변화에 대한 가속도를 붙이는 시발점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게임산업이 발달한 일본과 미국은 현재 할아버지·아버지·아들이 모두 게임을 경험해본 세대로서 그 즐거움을 알고, 또 어떤 게임이 재미있는지, 자녀의 정서발달과 교육에 필요한지 안다. 여러 세대가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것으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간 게임이 ‘아이들의 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교육에 방해가 된다거나 ‘게임 중독’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들로 10~30대 자녀세대들이나 중장년층 자신들이 게임을 좋아해도 차마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야기를 한다하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e스포츠 역시 이러한 상황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해 LOL, 그다음 배틀그라운드와 수많은 게임으로 국내 선수들의 진출이 성과를 거두고 여러 대회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어왔어도 게임을 멀리하거나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세대간 충돌이 벌어질 수 밖에 없고, 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도 ‘게임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적 통념’ 그대로 따라가는 부분들이 많았었다.  

그러던 것이 국가적인 행사이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 큰 성과들을 거두니, ‘이제는 당당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느껴서인지 오프라인에서도 나이 관계없이 게임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화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미국이나 일본의 가정처럼 게임이 자연스레 일상에 녹아드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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