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 3년 연장에도 ‘반쪽 짜리’ 반발…민주노총 등 각 노조도 파업 예고
정부, 화물연대 파업을 노조 아닌 ‘집단 운송 거부’로 규정…엄정 대응 방침

24일 0시 총파업 계획 밝히는 화물연대 [사진=연합뉴스]
24일 0시 총파업 계획 밝히는 화물연대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이 몇시간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류차질이 결국 불가피해보이는 상황에 빠졌다. 화물연대 구성원인 화물운송 개인 차주들은 대부분이 특수 고용직으로, ‘노동조합’으로서 화물운임제의 연장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을 자영업자로 규정하고 ‘집단운송거부’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오는 24일 자정부터 파업에 돌입하며, 오전 10시 경기도 의왕ICD(내륙컨테이너기지) 오거리 등에서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다. 이들의 요구안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차종·품목 확대,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다. 

화물연대는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화물 안전운임제의 개정을 주장해왔다. 파업의 주 이유중 하나로 반드시 포함될 정도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차주들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법으로 정해둔 최소한의 운송료로, 최저임금 개념을 운송으로 끌어온 것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로 인한 운송료가 너무 낮으면 화물 차주들이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한 번에 많은 짐을 싣고 빨리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통 사고를 유발시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행 안전운임제 적용대상도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량에 한정되어 있어 이를 최소 5개(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품목으로 확대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운임제의 유효기간이 오는 연말까지라는 점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당시에도 안전운임제 지속과 개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고, 정부가 주요 쟁점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업을 끝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지난 22일에서야 대책으로 3년 연장 추진을 내놓았지만, 차종·품목 확대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를 ‘반쪽짜리 가짜 연장안’으로 규정하고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화물연대 파업 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방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다가올 파업에 대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교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이후 화물연대와의 공식적인 교섭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3일 오후부터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 주재로 이날 오후 관계부처 합동 점검 회의를 열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경찰청·국토부·해수부·산업부 등은 대체 수송차량 투입, 화물 적재공간 추가 확보 등의 비상수송대책을 점검했다. 

관세청 역시 수출입 화물의 운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인천·광양·평택 4개 주요 공항만 세관에 비상 통관지원반을 설치했으며,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IPA)는 파업에 대비해 총 43만 2100㎡ 규모의 임시 컨테이너 장치장을 마련했다. 여기에 주요 물류기지에서는 신고센터가 운영돼 화물을 제때 수송하지 못하는 화주에게 배차 등 안내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군의 차량까지 물류에 투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토부는 육상화물 운송 분야 위기대응 매뉴얼상 위기 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군·지자체·물류 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군 위탁 컨테이너 차량 등 관용 차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 국토부는 필요하다면 철도공사의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열차를 탄력적으로 증차 운행하고,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운휴 차량을 활용해 대체 수송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시멘트 저장시설이 있는 오봉역도 조속히 정상화하고 집단운송거부 기간 물류 수송에 참여하는 화물 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10t 이상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 및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 차량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파업 상황이 심각해지면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도 발동할 예정이다. 만약 업무개시명령에도 화물연대가 운송을 거부하면 1차로 30일 면허정지, 2차로 면허취소가 된다.

경찰 역시 화물연대 노조원의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은 노조원 등이 화물차주들의 정상적인 운송을 방해할 목적으로 출입구 봉쇄, 차량 파손 등의 불법행위를 할 경우에는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고, 주동자를 추적해 처벌할 방침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을 약 2만 500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화물차 약 45만대에서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컨테이너 등의 특수 대형 화물차 기사 1만여명이 화물연대 소속이기 때문에 물류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을 대비해 준비중인 군에서 차출된 비상수송차량 [사진=연합뉴스]

한편 상위노조인 민주노총도 앞선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 노동권 확대, 민영화 저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한다”면서 “110만 조합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핵심과제를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고 밝혔다. 즉 화물연대와 함께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산업연맹 장옥기 위원장,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은 설안전특별법 제정을 통한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 근절, 교통·의료·돌봄 민영화 중단 및 공공성 강화, 노조법 2·3조 개정, ‘진짜 사장 책임법’과 ‘손해배상 폭탄 금지법’ 제정 등으로 알려졌다.

파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에도 25일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30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다음 달 2일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정부는 이 중에서 화물연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뿐인 상황이다.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 기업들 역시 초비상에 걸렸다. 현재 관련 기업들은 부품을 최대한 확보하고 재고를 공장 밖으로 출하하며 파업에 대비하고 있으며, 화물연대 조합원이 아닌 화물 차주들도 섭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멘트와 레미콘 수송이 필수적인 건설업계의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총파업 당시에도 다수의 시멘트 공장이 가동을 멈춘 바 있으며, 시멘트 공급 차질로 레미콘 생산이 중단되면 건설 현장의 공사도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밖에도 자동차와 전자업계 역시 파업 장기화 시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경영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물류난까지 겹치면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성명을 내고 “수출과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고려해 화물연대 측이 즉각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차주·운송업체·화주 간 상생협력에 나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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