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8일 높아지는 밥상물가를 낮추기 위해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발표해 돼지고기 등 일부 축산물을 무관세로, 나머지 축산물은 관세를 낮춰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축산단체들은 ‘축산농가를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면서 즉각적인 철회 요구에 나섰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1일 오전 9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의 소·돼지·닭 등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를 사지로 모는 수입 축산물 무관세 조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반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한우협회·대한한돈협회·대한양계협회·대한양봉협회 등 20여개 단체들이 참석했다. 

축산단체들은 저마다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우선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무관세로 축산물을 수입해 우리 농촌을 망가뜨리고, 그리고 농민들을 또다시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저희들은 무관세 철폐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오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치솟는 사료값에 하루하루 밤잠을 못 자고 있는데 정부는 농민에 대한 안위는 전혀 걱정도 않고 오로지 대기업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료값 안정 대책 및 농촌 축산을 위해서 정부가 대책을 세울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무관세 정책 철폐과 안정화 대책을 반드시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규탄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정부는 환율이 오르고 기름값이 오르고 사료값이 폭등하였지만 국내 축산업계에는 아무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축산업을 보호하고 국민과 농업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국내 농·축산업에도 활당 관세 적용에 버금가는 지원책을 즉각 수립하여 지원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축산물 생산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료값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30~40% 이상 급등했고, 기타 제반 비용도 증가해 기존 대비 생산비가 60% 이상 인상됐다고 밝혔다. 축산단체들은 여기에 가축 방역과 환경 규제 등에 따른 시설 투자로 부채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축산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면서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고기, 우유, 계란 등 우리 식탁에 올라가는 축산물이 외국산으로 채워질 것은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또 축산단체들은 기자회견 막바지에 가축에 대한 영결식을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정부에 이번 무관세 정책을 경고했다. 이 밖에도 필요시 다른 단체 등과 연계하여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소비자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사료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계속 의견을 냈었다. ‘대책을 강구해서 가격 안정을 해야 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고 전달했다”면서 “정부는 사료값 폭등에 대한 부분은 외면한 채 그냥 무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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