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한낮의 기온이 장마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 40℃ 가까이에 다다르고 있다. 지독한 더위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 필자는 십여 년 전 일어났던 타이어 파열 사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그 당시 타이어 파열사고로 악명 높았던 지역은 청주다. 늘 첫 파열사고는 청주에서 발생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바로 결론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버스타이어 파열사고는 재생타이어의 품질 문제가 아니고, 자동차 정비 및 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라는 뜻이다. 더욱이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애당초 99% 예방이 가능한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타이어 파열사고는 시내버스 뒷바퀴 안쪽 타이어가 터지고, 염화칼슘으로 부식된 차량 하부 철판을 뚫고 들어온 파편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타이어 파열’이 정확한 표기

우선 용어부터 정확히 정리해보자. 언론에서는 ‘타이어 폭발사고’라고 말하는데 ‘타이어 파열’이 정확한 표현이다. 트럭버스용 TBR(truck and bus radial;트럭·버스용 타이어)은 120psi가 적정공기압이다. 기압으로 표현하면 8기압인데, 최대 150psi 즉 10기압까지 올라가게 된다.

TBR의 안전 성능에 관한 국제 규정이 있는데, 새 타이어 혹은 재생타이어 불문하고 일정 조건에서 47시간 이상 사고 없이 돌아가면 합격이다. 물론 새 타이어의 경우 85~90시간까지, 재생타이어는 56~65시간 정도 견딘다.

그런데 재생타이어의 품질 문제라고 결론을 내리기엔 몇 가지 모순점이 있다. 우선 여름철 파열되는 타이어 중 일부는 신생타이어도 있다. 그리고 저상버스의 경우 타이어 파열 사고가 보고된 적이 없다. 국내 재생타이어업체의 제품을 해외에서도 사용하는데, 품질 문제로 이슈가 된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재생타이어 업체의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사용되는데, 매년 타이어 파열 사고의 첫 소식은 대부분 청주에서 보고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타이어 온도’를 낮추는 것이 관건

타이어 파열 사고는 100% 드럼식 브레이크와 가까이 위치한 림과 맞물려 있는 비드 부위가 과도한 열에 노출되면서 비드 파열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여름철 브레이크 드럼의 온도는 통상 350℃ 이상 상승하고 최대 600℃를 넘어선다. 이럴 경우 림의 온도는 200℃ 가까이 상승하며, 주성분이 고무인 타이어의 내구성능은 98% 이상 저감되는 결과를 보인다.

더욱이 천연가스버스 도입으로 엔진의 온도가 경유를 사용했을 때 보다 높게 올라가고, 가스통의 무게가 700여kg에 달하기 때문에 동일한 숫자의 승객이 탑승해도 차량은 10여명 더 탑승한 효과로 브레이크가 늘 과도하게 사용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엔진으로부터 발생한 차량 후미의 온도도 높고, 특히 하부에 부착된 천연가스탱크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의 구조물이 하부로 더욱 내려와 있어서 자연통기와 냉각에 불리한 조건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극히 공학적이고 논리적인 이론이, 정부 관련 부처에 적용되기 까지는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기 내용과 관련해서 교통안전공단과 현대 및 대우버스 제작사와 타이어 및 브레이크 드럼의 온도상승 문제를 공론화해서 공개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에 차량 전체 하중을 동일하게 놓고 그동안 시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허탈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타이어 파열 사고 장면 [사진=연합뉴스]
타이어 파열 사고 장면 [사진=연합뉴스]

가스통의 무게가 700여kg 더 나가는 천연가스 버스는 탑승정원이 경유버스에 비해 10여명이 적다고 어디에 표기되어 있는지 물었다. 아무도 대답을 안 한다. 아니 못한다. 천연가스 버스에는 경유버스 대비 10여명이 덜 타는 경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천연가스 버스는 늘상 동일한 조건의 노선에서 경유버스 보다 700여kg 더 무거운 상태로 운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공개 테스트를 했더니, 당연히 천연가스버스의 엔진룸 온도와 브레이크 드럼의 온도 그리고 타이어 림의 온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시험을 거쳐 제안된 정책이, 버스타이어에 재생타이어 사용금지 조치이다. 물론 새 타이어는 내구성이 재생타이어 보다 1.5배 좋지만, 위에서 언급한 정도의 조건이 되면 결국 파열될 수밖에 없다. 온도를 낮추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유압브레이크인 리타더나 배기 브레이크 등의 보조 브레이크 장치가 의무화 되어 있는 해외에서 재생타이어 파열사고가 보고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의 경우 주브레이크가 고장난 경우에도 보조브레이크 사용만으로 30km/h까지 속도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물론 고속용 그리고 저속용에 대한 규정 속도가 다소 다르지만, 일단은 주 브레이크와 무관하게 유압식 브레이크로 차량의 속도를 크게 줄인 이후에 주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 및 드럼의 수명이 늘어나며, 브레이크가 과열되지도 않는다. 결국 브레이크 드럼의 온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 파열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 간 파워 게임이 존재한다. 타이어를 담당하는 부서의 파워가 버스의 구조변경을 담당하는 부서에 밀리다 보니, 결국은 위에서 언급한 시험을 거치고도, 재생타이어의 품질로 인한 문제라고 결론을 짓고 말았다. 필자가 외국의 경우 리타더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러한 정책의 배경을 이해하고, 좋은 제도에 대한 검토 의지가 없는지 되물었다.

그렇게 전문가의 명백한 증거를 토대로 한 의견이 무시되는 분위기에 무력감을 느끼고, 몇 해가 지났다. 언론에서 리타더 장착 의무화가 시작됐다고 들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의무화 이유가,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 해외의 기준에 맞춘다는 것이다.

사고 피해는 소비자·버스회사가 부담

결론은 버스 제작사는 아무 잘못이 없었고 구조변경의 필요성도 없었던 것이며, 매년 발생하는 버스타이어 파열사고의 피해와 공포는 결국 소비자와 버스회사가 고스란히 부담하는 형식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재생타이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률이 20% 미만이지만, 외국의 경우는 50% 심지어 지역별로 70% 이상인 곳도 많다. 그만큼 안전에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생타이어는 신생타이어 만들 때 보다 경유가 1/3 정도로 조금 사용되기 때문에,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사용이 장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가격도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현 상황에서는 차량 및 타이어점검과 브레이크 시스템 정비를 철저히 하며, 배차 간격을 여유 있게 설계해 급제동 급가속 등의 과격한 운전을 삼가한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또 브레이크를 나눠밟고 엔진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는 운전습관을 통해서도 타이어의 온도 상승을 제법 억제할 수 있다.

특히 염화칼슘에 대한 노출이 심한 이유로 철판이 부식되어 파편이 실내로 유입되면서 많은 승객이 다치는 사고가 잦았다. 하부 세차 및 수시점검을 통해 차량 철판의 기본적인 강도를 유지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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