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규제 강화로 중도금·잔금 못 내는 가구 속출[사진=연합뉴스]
정부 대출규제 강화로 중도금·잔금 못 내는 가구 속출[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일산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집을 구매하지 말껄 그랬나봐”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 지인은 결혼을 하고 2년간 전세로 지내다 어여쁜 아기들이 태어나 영끌해서 집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신혼부부는 신희타에 당첨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후회하고 있다. 집에 들어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영끌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신혼부부가 당첨된 신희타는 동네 시세에 비해 비싸진 않지만, 신희타치고는 가격이 센 편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었던 2030 영끌족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건수 총 32만 7992건 가운데 36.3%인 약 11만 8000건은 20대와 30대들이 사들였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경기도 집값은 0.43%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서울과 가까우면서 2030 매수세가 몰린 시흥(-2.41%), 화성(-2.33%), 수원(-1.09%), 용인(-0.99%) 등은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2030 매수세가 몰린 곳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금리까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내 집 마련은 했지만, 자산증식은 거의 없고 매달 나가는 이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강화된 대출규제와 함께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올해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전국 부동산 생애 최초 매수자는 월평균 3만 8749명으로 지난해 5만 6856명 대비 31.8% 감소했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가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4만명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전체 부동산 매수자 중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3.9%로 2017년(23.6%)을 제외하면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전국 모든 연령대에서 전년 월평균 매수자 수에 비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39세 이하는 2022년 월평균 1만 9480명이 매수해 2010년 통계 발표 이후 처음으로 2만명 이하를 기록했다. 비중 역시 50.3%로 역대 가장 낮았다. 40∼59세 이하는 1만 5085명, 60세 이상은 4184명으로 조사됐다.

서울 부동산 생애 최초 매수자는 월평균 4389명으로 역시 발표 이후 가장 적었다. 단, 전체 매수자에서 생애 최초 매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3%로 지난해(32.5%)보다는 줄었으나 2015∼2020년에 비해선 늘어났다.

아울러 7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한번에 0.50%p 오르는 ‘빅스텝(Big Step)’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택시장도 술렁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을 꿈꾸며 대출규제 완화를 기다렸던 수요자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모습이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를 시작으로 대출규제를 풀어줬지만, 대출금리가 너무 뛰어 섣불리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부르면서 주택시장에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에 나서기는커녕 ‘거래절벽’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빅스텝’이 가장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경기가 급속하게 침체되면서 2010년대 초반과 같이 하우스푸어가 나오는 일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