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사진=오아름 기자]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사진=오아름 기자]

아무도 생각을 못했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현대산업개발이 화정아이파크를 재시공 하리라곤…. 

화정 아이파크는 1·2단지 총 8개동으로, 아파트·오피스텔 847가구 규모다. 철거에서 준공까지 약 70개월이 걸릴 예정이며, 3750억원이 투입된다. 최고 39층짜리 고층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면 철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2019년 철거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옛 르네상스호텔(지상 24층, 현 조선팰리스호텔)보다도 높다. 

현대산업개발이 화정아이파크를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기로 결정했다. 비록 사고가 발생하고 4개월 뒤인 결정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힘든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화정아이파크 철거방식은 ‘다이아몬드 와이어 절삭(DSW)’이 가장 유력하다. 이 방식은 다이아몬드 성분 와이어로 구조물을 1개 층씩 절단한 뒤 대형 곤돌라 등으로 떠올려 지상으로 옮긴다. 현대산업개발이 DWS공법을 선택했을 때 걸리는 시간은 처음에 예상했던 5년 10개월 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7~8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비용 또한 예상했던 3750억원보다 더 투입될 수 도 있다. 

DWS공법은 잘라낸 구조물을 곤돌라 등 장비로 일일이 지상으로 내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 방식을 사고 동인 201동에서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22~39층 동쪽 기둥과 남쪽 외벽을 철거하는 안정화 작업에 먼저 활용될 계획이다.

또 동별로 개별 철거를 할 것인지, 동시다발적으로 철거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여러 동을 동시에 작업해 공기를 줄이고 싶으나, 초고층 건물 여러 채를 동시에 철거해 본 경험을 가진 하청업체가 없어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방법인 발파공법과 크러셔(압쇄기) 공법이 있다. 발파공법은 구조물을 다이너마이트로 파괴해 한꺼번에 주저앉힌다. 크러셔 공법은 계 모양 유압기를 장착한 굴착기로 옥상부터 쪼아 눌러 부순 뒤 콘크리트 잔해물을 지상으로 운반한다. 

현재 화정아이파크 주변에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문구완구종합 도매상가, 이마트 등이 위치해 있다. 최도승 한국건축물해체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발파 공법의 경우 먼지가 인근 300m까지 퍼진다”면서 “단지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능하겠지만 단지 외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크러셔 공법은 불안정한 사고 동에 중장비를 올리기 어려운데다 25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적용한 사례가 없어 화정아이파크 현장에는 적용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현대산업개발은 붕괴참사 직후 내려진 공사중지명령 해제도 넘어야 한다. 현재는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사고 동 22~39층 동쪽 기둥과 남쪽 외벽을 철거하는 작업만 허용됐다. 공사중지 명령을 해제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라 먼저 광주고용노동청이 현장을 확인·검토하고, 심의위원회를 열어 유해·위험 요인 개선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다.

반면 재시공은 별도의 인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추가로 설계 변경을 하지 않는 한 착공 당시 받았던 주택법상 사업계획승인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 이에 따라 승인당국이 안전관리계획서 검토를 끝나는 대로 철거가 시작될 수 있다. 결국 철거·재시공 작업의 진척은 계획서 작성, 자금 투입 등 현대산업개발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  

이러한 현대산업개발의 다짐이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하면서, 이번 결정이 다신 없을 선례로 남길 바란다. 현장에서의 사고는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없도록 노력하는 게 그들의 몫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광주 학동 철거사고, 이번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가슴 깊이 기억해야 하길 바란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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