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 온라인 IP 등으로 잘 알려진 게임사 웹젠이 결국 노사 간의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파업이 예고됐다. 이는 게임업계 최초의 파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갈등의 원인으로 경영진의 불통과 무성의함, 연봉 협상 결렬이 직접적으로 지적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웹젠지회(웹젠 노조)는 18일 판교 웹젠 본사 앞에서 파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영호 웹젠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법적인 절차는 모두 끝났으며, 5월 2일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노 지회장은 사측이 교섭해온다면 응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웹젠노조는 지난해 노조를 설립하고,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해왔다. 노조가 현재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사측이 유지해 온 성과급위주의 임금체계다. 특히 노조는 직원들이 받는 연봉은 알려진 것보다 더 적다면서 사측이 지난해 연봉 2000만원 인상 발표를 지키지 않은 것을 노조 설립의 결정적인 트리거로 꼽았다. 노조는 지난해 당시 기존 임금 체계에서 일반 직원은 100만원 단위 인상만 이뤄졌고 대부분의 수혜는 고위직의 성과급에 집중됐다고 주장하면서, 김태영 웹젠 대표가 직접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조정위원회 이후 이뤄진 2차례 노사 실무회의에서 연봉 평균 16% 인상(평균 800만원)과 200만원 일시급 지급, 팀장급 이하의 인센티브 총액 공개, 연봉 동결자에게 납득할만한 설명 등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에서 협상 자체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평균 10% 인상과 B등급 이상 직원에만 200만원 지급 방침을 고집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결렬 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희는 그럼 조정의 여지가 있느냐. 우리가 양보 좀 하겠다. 그런데도 (사측이) 원안대로 계속 요구했다. 그 뒤로 서로 안되겠다 싶으니까 그 쪽에서 노조가 결렬하는 거냐 계속 물어봐서, 누가 봐도 결렬을 유도하고 있어서 결렬이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대화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대화를 해야되는데 자꾸 문서로만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고 파업까지 밀어붙이는 게 맞나 고민하고 있는데 회사가 계속 대화를 안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노영호 웹젠지회장)

그러나 사측은 노조측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웹젠 측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1년 넘게 저희 측 실무진이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이제와서 대표님이 나오라는 건 당혹스럽다”면서 “그동안의 협상도 절대로 등한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임원급 위주로 성과급 수혜가 돌아갔다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성과급은 각 프로젝트 개발팀이 낸 성과에 따라 지급되었고 임원한테 배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게임 서비스나 개발에는 차질이 없도록 회사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조에 대해서는 계속 협상과 대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게임사 최초의 파업이기 때문에 게임업계와 IT노동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넥슨, 포스코ICT, 한글과컴퓨터 등 각 IT노조의 지회장들이 참여해 연대 의사를 비쳤으며, 웹젠의 파업을 지지했다. 

“웹젠이 돈을 못버는 회사도 아니다. 600명이 1000억원 대의 매출을 내고 있으며, 그렇기에 최근 주총에서 임원 보수로 100억원이 설정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평직원들의 임금협상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배수찬 웹젠지회 교섭대표/넥슨지회장)

“작년 회사는 평균 2000만원을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보도자료나 공시 자료를 통해 나온 수치들이 정말 맞는지 자료를 요청했지만 공개된 것은 없다. 회사는 항상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다.”(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부지부장/카카오지회장)

특히 지난해 게임업계는 경쟁적으로 임직원들의 연봉을 인상했다. 당시 넥슨을 비롯한 주요 대형 게임사들은 평균 1000만원 정도 혹은 절반 정도(53.8%)를 인상하면서 인재확보에 출혈 경쟁을 벌였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회사 이익률을 줄어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각 게임사는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은 줄이고 미래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위주로 선회한 상황이다. 

이날 웹젠 노조는 “파업 이후의 모든 결과는 최종결정권자인 김태영 대표이사의 책임이다”고 경고했다.

웹젠 노조는 지난 7~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는 92.8%의 조합원이 참여해 찬성 득표율 72.2%로 가결됐다. 다만 웹젠 임직원 전체 중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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